
엔지니어링업계는 청년 채용에 적극적이다. 인력 장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엔지니어링업계는 매출액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 수주나 매출 증대를 위해서는 인력이 계속해서 필요한 구조다.
특히 청년고용가점제 도입을 기점으로 젊은 엔지니어가 업계에 대거 들어왔다. 실제 2014년과 2015년 20대 엔지니어의 수는 8,000명대에 머물렀지만 청년고용가점제가 도입된 2016년부터 반등해 지난해에는 9,000명대로 늘었다. 엔지니어링업계가 청년층에게 꾸준히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도 이러한 노력과 고생을 알고 있었을까. 최근 고용노동부가 선정한 일자리 으뜸기업에 엔지니어링기업 9개사가 선정됐다. 일자리 으뜸기업은 민간의 양질의 일자리 창출 성과를 격려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일종의 국가에서 인정한 좋은 기업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업계 종사자라고 자처하는 이들은 부끄러움에 얼굴을 가리고 있다. 관련 기사 반응을 살펴보면 “A기업이 왜 저기에 있냐” “B기업은 퇴사자가 많아서 사람을 많이 뽑는 거다” 등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과연 실제로도 그럴까. 일자리 으뜸기업에 선정된 한 엔지니어링사의 입사 및 퇴사자 수를 취재한 결과 최근 1년 사이 310명이 입사하고 219명이 회사를 떠났다. 퇴사율을 단순 비교했을 때 73%에 달한다.
그렇다면 부끄럽지 않은 으뜸기업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당연한 소리지만 퇴사자 관리가 필요하다. 쉽게 설명하면 제대로 된 금융치료를 하면 된다. 기성세대가 요즘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끈기가 없고 조금만 힘들어도 그만둔다고 깎아내리지만 사실 이들은 적정한 보상만 있으면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기꺼이 한다는 주의다. 한때 너도나도 라이더(배달 기사)에 뛰어든 것을 생각해 보자.
다만 이러한 문제는 엔지니어링업계 혼자 해결할 수 없다. 기업이 돈을 잘 벌 수 있도록 정부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 불행하게도 현재 시행되는 정책과는 거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
당장 청년고용가점만 봐도 그렇다. PQ 가점을 받기 위해 매년 총 인원의 3%를 채용하고 있다. 0.1점차에 사업 주인공이 바뀌는 엔지니어링사 입장에서는 인력을 늘릴 수밖에 없다. 신규 채용이 회사 사정이 아니라 수주를 위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수주액이 증가하더라도 늘어난 인건비에 경영상황은 제자리 걸음을 하게되니 처우 개선이 이뤄지기 어렵다. 아니 불가능하다.
설상가상 지방계약법이니 산업안전보건법이니 하며 엔지니어링업계의 목은 점점 조여오고 있다. 엔지니어가 떠나는 문제에 대해서 기업의 책임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정부 역시 잘한 것은 없다. 으뜸기업의 취지는 살리고 선정된 기업의 자부심을 높이기 위해서는 규제로만 일변하는 정책 방향을 선회하는 게 낫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