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지니어링데일리) 정원기 기자 =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광명역. 이곳을 지나다 보면 거대한 공원이 눈에 띈다. 축구장 20배에 달하는 공원은 도심 속 작은 힐링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푸른 잔디 위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산책을 하는 시민도 종종 보였다.
지난 2일 혐오시설에서 선호시설로 변모한 안양새물공원을 찾았다. 산책로는 물론 축구장, 테니스장, 풋살장, 농구장, 족구장까지 갖추어 눈길을 끌었다. 흔히 하수처리시설하면 떠오르는 칙칙한 분위기, 구릿한 냄새와는 거리가 있었다
비결은 지하화다. 악취를 풍기는 하수처리장은 지하로 보내고 그 위로 축구장 20배에 달하는 공원을 조성했다. 안내를 받고 지하로 내려가자 길이 400m, 폭 150m 규모의 초대형 지하 하수처리시설이 등장했다. 이름과 무색하게 첨단 산업의 공장처럼 깔끔했다.
중앙 통로를 기준으로 양쪽에는 하수 침전 시설이 배치됐다. 이곳은 차량 여러 대가 동시에 지나갈 수 있을 만큼의 너비를 자랑했다.

가까이 다가가서 관찰해보니 진흙탕처럼 보이는 탁한 물에서 거품이 부글부글 형성됐다. 미생물로 하수 속 유기물과 질소, 인을 제거하는 생물반응조 단계다.
안양시 하수처리시설 관리를 맡고 있는 리뉴어스 관계자는 “생물반응조 단계에 CSBR 공법이 적용됐다”라며 “질산화 및 탈질반응에 의해 유기물 및 질소, 인이 제거되는 탁월한 성능을 보이면서도 기존 기술 대비 50%의 경제성을 자랑한다”라고 말했다.
CSBR은 A2O와 SBR 공정을 혼합한 연속회분식 하수고도처리 공법이다. 무산소조-혐기조-호기조로 구성되어 고효율 질소·인 제거에 효과적이다. 교대로 운전되며 모든 과정은 CSBR 운전주기에 따라 자동제어 된다.
확실히 공종별 단계를 통과할 때마다 탁했던 물이 맑아지는 게 느껴졌다. 수질 악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총인(T-P)과 부유물질량(SS)을 잡아주는 총인처리시설+UV 시설이 한몫했다. 쉽게 말해 촘촘한 섬유 디스크 필터 사이로 하수가 통과해 자동세척되는 방식이다. 덮개를 열어 확인해보니 강한 수압이 디스크를 때리듯이 흐르고 있었다.
안양시 하수과 관계자는 “총인처리시설의 경우 YDF 공법으로 조성돼 안정적인 방류수질을 확보하고 UV를 조사하여 대장균을 살균할 수 있다”라며 “유량에 따른 약품 혼화강도 제어도 가능해 처리성능이 우수하다”라고 설명했다.

지하 하수처리시설에는 일차침전지 탈취기, 고농도 탈취기, 농축탈수기실 탈취기, 찌꺼기가용화실 탈취기, 분뇨작업차량실 탈취기, 건조기실 탈취기 등 21대의 악취방지시설을 갖췄다. 공정이 막바지에 다다를수록 냄새가 냄새가 확연히 줄었다.
이내 최종방류구에 다다르자 진흙탕과 같았던 탁한 물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투명한 물이 등장했다. 채수 과정을 통해 기자가 직접 살펴봤지만 하천에서 보던 물과 진배없었다.
안양시 하수과 관계자는 “주기적인 정비와 악취 측정, 탈취수 상수도 사용 등 악취저감 활동에 신경을 쓰고 있다”라며 “실제 새물공원의 경우 법적 배출 악취 농도와 비교해 250배 정도 더 낮다”라고 밝혔다.
안양새물공원은 4세대 하수처리장이다. 수질 및 악취를 잡아주는 고도처리 방식을 넘어 바이오가스를 생산하고 있다. 전기를 생산해 활용 및 판매하기 때문에 돈 버는 하수처리장인 셈이다.

하수슬러지나 분뇨 등은 열가용화시설을 통해 에너지로 변환된다. 은색으로 뒤덮인 탱크는 인공위성에 들어가는 부품처럼 거대했다.
열가용화시설은 제조탱크 1대, 반응탱크 4대, 저장탱크 1대로 구성됐다. 농축된 찌꺼기를 165도, 6bar의 증기를 주입하여 가수분해를 통해 소화효율을 높이는 시설이다. 이때 발생하는 소화가스를 통해 전력을 생산하는 구조다.
새물공원에서는 이런 바이오가스를 활용해 지난해에만 523만2,834N㎥을 생산했다. 자체 사용을 통해 20억8,871만4,903원을 절약했다. 또 남은 에너지는 전력 판매 1억6,519만9,908원, 열 회수 판매 7,184만8,218원 총 2억3,704만8,126원이 수익을 거뒀다.
안양시 하수과 관계자는 “안양새물공원은 도심지에 있는 하수처리시설이 시민과 충분히 어우러질 수 있음을 증명한 우수 사례다”라며 “현재 안양하수처리장 사업이 대부분 마무리됐고 향후 석수하수처리장의 소각시설 설치사업을 계획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