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탠다드와 정면충돌” 가설구조물 사태, 기술사 반납 주장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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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스탠다드와 정면충돌” 가설구조물 사태, 기술사 반납 주장까지
  • 정원기 기자
  • 승인 2025.06.10 16:54
  •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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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등 주요국, 시공사 책임 명시
“연판장 등 업계차원 공동 대응”

(엔지니어링데일리) 정원기 기자 = 설계자가 시공 현장 가설구조물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되면서 업계의 집단 반발을 부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제 설계기준과 부합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0일 엔지니어링업계에 따르면 개정된 건설기술진흥법 48조 5항을 두고 업계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현장에서 사용하는 비계, 거푸집, 동바리 등 가설구조물에 대해 엔지니어링사가 담당할 수 있는 과업범위를 규정하고 있다.

A사 관계자는 “모든 가설구조물의 구조검토를 포함하도록 규정한 게 문제다” 라며 “현장 지반조건과 시공사 자재 수급 상황에 따라 실시간으로 바뀌는 가설구조물의 성격을 고려할 때 리스크가 있는 게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기존 구조검토 대상이었던 ▲높이 31m 이상 비계 ▲5m 이상 거푸집 및 동바리 ▲터널 및 흙막이 지보공 ▲가설교량 및 노면복공에서 모든 비계·거푸집·동바리 등이 사전검토 대상으로 확대됐다.

사고 발생 시 책임은 엔지니어링사가 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공사 현장에서 사용하는 가설구조물에 대한 구조검토를 필수적으로 수행하도록 법적 제도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B사 관계자는 “가설구조물에 대한 구조검토 의무를 설계자와 시공자에게 모두 부여하고 있어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라며 “법적 다툼에 관한 부작용 등 엔지니어링사의 책임 범위가 사실상 늘어났다”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국제 설계기준과도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실제 미국 등 주요국에서는 가설구조물에 대한 구조검토를 시공사가 수행하도록 규정하고 시공단계에서 발생하는 위험요소는 시공책임자가 부담한다는 원칙이 일반적이다.

구체적으로 미국 연방도로청의 경우 거푸집과 동바리 등 가설구조물 설계 및 시공 책임을 시공사, 하도급업체, 자조 공급업체에 부여하고 있다. 또 미국 주 고속도로 및 교통 공무원 협회에도 시공사는 안전하고 적절한 가설구조물을 설계하고 시공할 책임이 있다고 명시돼 있다.

C사 관계자는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도 마찬가지이고 영국 CDM 규정에는 설계자는 영구 구조물의 설계를, 시공사는 가설구조물에 대한 설계를 수행한다고 나와있다”라고 설명했다.

토목구조기술사회는 이번 사안을 업계 생존이 걸린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상황이다. 취재 결과 엔지니어링 관련 협회 및 학회와 공동 대응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연판장 서명은 물론, 일부 강경파 사이에서는 기술사 자격증을 반납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토목구조기술사회는 긴급임시총회를 개최하고 최근 개정된 건설공사 설계도서 작성기준에 대한 강력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철회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토목구조기술사회 관계자는 “FIDIC에도 가설공사는 시공자의 고유 권한이자 의무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개정안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역행한다”라며 “건설산업의 기초가 되는 건설엔지니어링이 붕괴되면 결국 건설산업 전체가 점차적으로 소멸될 것”이라고 밝혔다.

일방적으로 추진된 개정안에 대해서는 “국토부가 업계 및 단체 등과 의견 협의 없이 전격적으로 개정안을 추진했다”라며 “행정예고와 의견조회를 거치지 않고 추진한 과정과 근거를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라고 했다.

업계의 반발이 커지면서 한국토목구조기술사회 역할론이 떠오르고 있다.

C사 관계자는 “과거 건설업자에게만 가설구조물 안전성 의무를 부여하는 법안이 법안심사소위 과정에서 설계자 의무가 추가되어 입법됐다”라며 “당시 엔지니어링사의 강력한 반대로 대상 규정을 명확히 하는 방안으로 절충됐다”라고 전했다.

실제 국토부와 엔지니어링사, 시공사는 지난 2015년 수차례 협의를 거쳐 설계자 가설구조물 구조검토대상, 개략구조검토 관련 규정 명시하는 안으로 설계도서 작성기준 개정·고시됐다.

D사 관계자는 “어렵게 가설구조물 구조검토 업무 범위를 설정했는데 사전 예고 없이 일방적으로 삭제해 업계의 반발이 크다”라며 “가설구조물 리스크가 커질수록 업무 증가 및 수익성 악화로 이어져 결국 기피 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판장도 기업별로 받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서명하는 방식으로 진행해 수십만 명이 뜻을 모았다는 점을 부각해야 한다”라며 “여태까지 업계의 요구가 받아들여진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삭발식과 같은 강력한 투쟁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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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현 2025-06-10 17:17:20
건설사는 바지인가요? 그럴바엔 설계사 직접 시공하게 하든가. 건설사가 현장을 판단하고 시공계획에 따라 가설구조물의 형태와 방법을 정하고 시공해야 할진대, 계약관계도 끝난 타인이 선정하고 시공한 결과를 설계사가 책임지라니. 어이가 없네요.

이씨조선 2025-06-10 20:47:13
아니 왜 설계사만 보면 못 잡아가서 안달이냐? 200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설계자는 메인 구조물만 신경썼다. 왜 시공사가 설치하는 가시설물을 설계자에게 떠넘기는지??

설계엔지니어 2025-06-11 13:04:35
'가설구조물'은 말 그대로 현장 상황과 장비 운영여건 등 현장상황을 고려해서 설치 운영해야하는 임시 구조물이다. 설계단계에서 이를 책임지고 하라는 것은 마치 앞날을 예견하거나 모든 상황을 고려해서 설계하라는 뜻인데 설계엔지니어는 '신'이 아니라 '인간'이다. '신'의 역활을 강제할거면 그에 맞는 대가와 권한부터 주는게 우선되어야 한다.

시공회사 2025-06-11 10:35:31
시공사는 대가 제대로 주자. 대가 받고 위험 감수 하기 싫으면 자격증 반납해라

노드롭 2025-06-11 16:20:31
가설구조물은 전적으로 현장에서 상황에 맞게 시공사가 할 일이므로, 사고가 났을 경우 책임지기 싫어 설계자의 업무가 아니라는 것은 올바른 행위는 아니라고 봅니다. 차라리 정부에 가설물 설계에 필요한 기간과 비용을 요구하는 일이 더 합리적이지 않을까요? 토목에 비해 적지 않은 가설구조물을 다루는 건축구조기술사회는 그렇게 맹렬히 반대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왜 토목구조기술사회는 그렇게 반대를 할까요? 만일 구조기술사회에서 못한다고 하면 정부가 특급기술자나 중급기술자에게 권한을 위임해도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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