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대전화를 시계로 사용하는 필자에게 요즘 매일 문자를 보내는 이가 있다. 환경부다. 연일 계속되는 최악의 미세먼지 사태에 건강에 유의하라는 안내 문자를 보낸다. 물론 필자에게만 오는 것은 아니다.
지난 일주일간 미세먼지 수치는 가히 역대 최악의 수준이라고 할만 했다.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경계단계' 기준은 100㎍/m³을 기준으로 발령되는데 지난 한주동안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는 '매우나쁨' 수준인 150㎍/m³을 넘나들었다. 특히 지난 4일 양천구의 경우에는 오후 11시 기준 미세먼지 농도가 195㎍/m³에 달했다.
미세먼지는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공장이 밀집돼 있는 중국 산동성 지방이 근원지다. 공장에서 내뿜는 매연이 바람을 타고 우리나라로 넘어오고 있다. 중국의 경우 미세먼지 농도가 무려 400㎍/m³을 넘는 곳도 있단다.
중국은 2017년 겨울, 공기질 개선을 위해 석탄 난방을 금지시키는 등 강경한 대책을 펼쳤지만 최근 미국과의 무역전쟁 영향으로 경제가 위축되면서 지난 겨울에는 관련 정책을 완화했다. 최악의 미세먼지를 마시고 있는 이유다.
그래서 갑작스럽고 요란스런 정부의 미세먼지 안내 문자가 불편하다기 보다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문제는 '마스크 착용 등 건강에 유의바랍니다' 외에는 대책이 전무한게 현실이다.
미세먼지 문제 해결이 쉽지 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위에서 말했듯 중국과의 공조가 문제해결의 핵심이겠지만 요원해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대선 후보 시절 미세먼지 해결을 공약으로 내걸면서 미세먼지 문제를 한·중 정상급 주요의제로 격상시키겠다고 선언한 바 있지만 이 역시도 즉각 실현 가능한 대책으로는 부족하다.
문 대통령은 내부적으로라도 미세먼지를 줄이고자 부처를 막론하고 대책을 강구하도록 지시했다. 부처의 수장들은 문 대통령의 지시에 약속이나 한 듯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국토교통부 장관은 건설현장으로, 보건복지부 장관은 어린이집으로, 환경부 장관은 차량단속실 등으로 달려갔다.
이들이 현장을 방문해서 한 일은 미세먼지 대응 조치 및 실태를 보고받은게 전부다. 미세먼지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민심 달래기 행보라고 밖에는 볼 수 없다. 시간을 들여 심도있는 고민을 통해 해결책을 내야지 일단 성난 민심이나 달래고 보자는 현 정부의 전형적인 태도를 답습한 장관들의 동정이 미세먼지만큼이나 불쾌하다.
건설현장을 찾은 장관들의 태도는 더 괘씸하다. 정부의 할 일과 책임을 건설업 종사자들에 떠넘겼다. 이들은 현장을 방문해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한마디로 먼지가 나지 않게 공사해달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이제는 진절머리가 나는 마스크 착용도 권고도 빼놓지 않고.
장관들의 말을 듣고 부담 없이 예정대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현장소장들이 얼마나 될까. 그렇다고 미세먼지를 줄이자고 공기를 연장하면 비용증가는 정부가 책임져줄까. 문제는 중국에 있다면서, 왜 자꾸 할 일 하고 있는 건설현장에 자꾸만 책임을 떠넘기나.
장관들이 방문한다고 미세먼지가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국민들은 바보가 아니다. 문자를 보내지 않아도, 현장에 가지 않는다고 해서 뭐라할 국민들은 없다. 그만 모든걸 멈추고 미세먼지 절감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기 바란다. 한가지더. 마스크는 국민들이 알아서 쓰고 다닐테니 이제 그만 얘기해도 될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