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찰 거듭하다 자이카 차이나머니 교체 우려
(엔지니어링데일리)정장희 기자= 컨소시엄을 맺으면 점수가 낮아지고 실적이 없는 실적을 요구하는 이상한 RFP가 업계에 화제를 불러 모으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방문이후 급물살을 탔고 지난해 11월 수출입은행 이덕훈 행장이 1억3,800만달러의 차관공여 계약에 서명을 한 '한-미얀마 우정의 다리'가 그것이다. 컨설팅비가 웬만한 엔지니어링사 1년치 수주액인 100억원에 달하니 말도 많고 탈도 많다.
문제의 발단은 미얀마 MOC가 다산컨설턴트, 삼보기술단, 수성엔지니어링, 유신 등 4개사를 컨설턴트 숏리스트에 선정하고 RFP를 공개하면서부터다. 일단 MOC는 숏리스트 통과사는 상호간 컨소시엄을 금지시켰다. 실적도 특수교량 중 사장교만으로 한정시켰다. 여기까지는 그럴 만 했다.
오류는 회사실적 평가항목에서 시작됐다. 만점기준은 3건 이상 8점으로 사업별 지분을 합산하도록 했다. 만약 A사의 실적이 건수로는 3건인데, 각 지분이 70%+40%+20%라면 0.7+0.4+0.2로 1.3건이 된다. 여기에 A사의 JV인 B사가 2건 40%+30%=0.7건이면 이 컨소시엄의 실적점수는 1.3+0.7=2.0건이 된다. 그런데 여기에 이상한 조항이 신설된다. A사와 B사의 지분률이 70%+30%라면 각각 0.7과 0.3을 곱하라는 것. 이 셈법이라면 1.3x0.7=0.91, 0.7x0.3=0.21로 최종건수는 1.12건이다. A사 100% 단독이면 1.3건인데 B사와 컨소시엄을 맺으면 1.12로 점수가 낮아지는 것이다. 이 점수를 설계, 감리에 각각 적용하면 그 격차는 더 커진다.
컨설팅사업에서 컨소시엄은 JV의 영입으로 주관사의 부족한 점을 메우는 것으로 국내외를 막론하고 장려하고 있는 사안이다. 이 때문인지 숏리스트 통과 4개사는 물밑에서 컨소시엄을 구성해 놓고도 막상 이상한 RFP 때문에 단독참여를 고려하고 있다. 이제껏 추진된 EDCF사업을 비롯한 MDB사업에서 실적은 대부분 단순히 사업별 건수나, 금액으로 묶었는데 이번만 아주 특이한 계산법이 나온 것이다.
한정된 사장교 실적도 도마 위에 올랐다. 국내에서 1개사를 제외하고 지분율로 3건을 넘는 곳은 없다. 게다가 Project Manager와 Senior Engineer 조건을 동남아시아국가연합 즉 ASEAN 10개국에서 사장교 실적이 있는자로 한정시킨 것은 특정을 해도 너무했다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 참고적으로 한국엔지니어링사 가운데 ASEAN 10개국에서 사장교 설계감리를 수행한 것은 베트남에 2건뿐이다.
이상하고 야릇한 RFP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EDCF론은 차관이 승인되면서 해당국 발주처에서 RFP를 만들어 한국의 수출입은행에 승인을 받도록 되어 있다. 통상 RFP 작성과정에서 사업에 참여하려는 기업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조항이 삽입되도록 영업활동을 펼친다. 이 과정에서 RFP가 누더기가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엔지니어링사의 영업이든 발주처의 실수든 과도하고 오류가 있는 RFP에 대해 수출입은행이 메스를 가하지 않는다는 것은 큰 문제다. 금융조직인 수은에 건설전문가가 있는 것도 이러한 오류를 잡아내고 계도하기 위함이다. 실적점수 계산법부터 지나친 특정실적까지 이상한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닌 것을 잡아내지 못하는 것은 국민세금으로 운용되는 EDCF론에 대한 심각한 타격이다.
한-미얀마 우정의 다리는 유무상 원조논란이 됐던 사업이다. 미얀마 정부 입장에서 중국과 일본이 서로 무상차관을 지원하겠다는 상황에 유상차관을 공여하겠다는 한국이 떨떠름했는데 박근혜 대통령의 방문으로 전격추진된 것이다. 즉 양국간 상호관계가 반영됐다는 의미다.
오류와 문제투성인 우정의 다리 컨설팅 RFP는 결국 참여사의 불만제기와 불참여로 인해 유찰될 공산이 크다. 유찰에 유찰이 계속돼 사업이 늘어지면, 교량건설이 급한 미얀마 정부는 무상원조인 차이나머니와 자이카론으로 EDCF론을 대체할 가능성이 있다.
2010년 인도네시아 솔로 끄로또소노간 유료도로도 EDCF론에서 차이나론으로 교체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