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현지재원도 채무보증도 필요 없어… 一帶一路 동남아 패권 장악
(엔지니어링데일리) 이준희 기자 =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운 중국이 50억달러규모 인도네시아 고속철도사업 수주에 사실상 성공하며, 일본 아베 정부의 아시아 인프라시장진출 확대에 적신호가 켜졌다.
29일 일본 도쿄를 방문 중인 인니 국가개발위원회 Sofyan Djalil 위원장은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을 직접 만나 “일본이 아닌 중국의 손을 들어줬다”는 소식을 전했다.
중국 외무부 대변인도 29일 기자회견을 통해 “중국 국영철도기업들과 인니 정부 간 협력을 지원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스가 장관은 당초 일본 측 제안에 우호적이었던 인니 정부가 입장을 180도 선회한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 매우 유감이다”고 지적했다.
▼ 돈 많은 중국, “인니정부, 재원마련 채무보증 필요 없어”
당초 일본 JICA는 인니 자바섬에 수도 자카르타와 수라야바를 잇는 고속철도 건설을 최초 제안한 바 있다. 이후 자카르타~수라야바 고속철도제안이 정치적, 경제적 이유로 수년간 답보사태 빠지자, JICA는 1단계 자카르타~반둥, 2단계 반둥~수라바야 2개구간으로 분리 진행하는 새로운 안을 제기했다.
이처럼 인니 고속철도사업은 최초 제안자 일본이 주도권을 잡는 양상이었지만, 중국이 지난 4월 수정제안을 하며 치열한 2파전 구도가 형성됐다.
결정적으로 인니 정부가 이달 4일 재원문제로 중국과 일본 양측의 제안서를 모두 거절하자, 중국 정부는 곧장 인니 정부가 만족할 만한 새로운 제안을 한 것으로 전하고 있다.
약 4조달러로 세계 1위 외환보유국가인 중국은 정부의 막강한 재정지원을 바탕으로 “인니 정부재원이나 채무보증 없이 자카르타에서 반둥까지 잇는 고속철도사업을 하겠다”고 밝힌 것.
도교를 방문 중인 Teten Masduki 인니 대통령 비서실장은 29일 현지 기자회견을 통해 “일본은 정부 대 정부 간 협력에 더 초점이 맞춰진 반면 인니 정부는 기업 대 기업 간 협력을 선호한다”며 사업자 선정 배경을 전했다.
다만, Teten 비서실장은 일본이 받은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자카르타-반둥 구간 고속철도사업 뿐만 아니라 자카르타-수라바야 구간 고속철도 등 인니 정부가 제안한 수많은 프로젝트가 있다”며, “일본은 또 다른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ini Soemarno 인니 국영기업부 장관은 “일본은 인니 정부의 대출보증을 요구했지만, 입찰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정부보증 요구를 멈춰야만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신칸센에 대한 국가적 자부심이 상당한 일본 현지 언론들은 이번 결과를 엄청난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단 한 번의 사망사고도 없었던 고속철도 기술을 보유한 일본이 중국에게 패배한 소식은 가히 믿을 수 없다. 중국은 2011년 고속철도 사고로 40여명의 사망자와 20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일본 스가 관방장관은 “일본은 실행 가능한 최고의 사업제안을 했었다”며, “이번 초대형 프로젝트는 타당성을 고려해 공정하고 투명하게 실행돼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 AIIB 중국, ADB 일본 밀어내고 동남아 인프라시장 패권 장악
중국 정부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의 일환으로 자국 철도업계의 해외진출에 파격적 지원을 벌이고 있으며, 지난달 태국과 철도프로젝트 협력계약 체결에 성공했다. 특히, AIIB 창설을 주도하며 동남아시아 인프라시장 투자 확대에 나선 중국은 ADB를 장악하고 있는 일본과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이에 일본 아베 총리는 아시아 인프라시장에 대한 일본정부의 재정지원을 향후 5년간 30% 증액할 것이라 전한바 있다. 인니는 일본의 최대 천연가스 공급국가 중 하나인 만큼, 일본과 인니 양국정부는 강력한 유대관계를 형성해 왔다. 아베 총리와 조코위 대통령은 지난 3월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은 남중국해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해양안보분야 협력을 약속한 바 있다.
특히, 총연장 750km 총사업비 15조원규모의 인니 고속철도사업의 승자는 쿠알라룸푸르-싱가포르 고속철도사업에서도 상당히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수주실패로 일본기업의 동남아 인프라시장진출 지원을 확대하고 있는 아베 정부의 행보에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한편, 인니 정부는 수일 내로 50억달러규모 150km 인니 고속철도 1단계 자카르타~반둥 구간 사업자 선정결과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