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IB, QCBS 최저가 문제에 공감… 진리췬, “싸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냐”
(엔지니어링데일리) 이준희 기자 = AIIB가 기술 중심의 QBS 도입을 적극 검토 중에 있다. 그러나 기술은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실적이 없는 한국 엔지니어링사에게 QBS 기반 AIIB는 기회가 아닌 남의 잔치가 될 모양새다.
3일 한국엔지니어링협회에 따르면 한국수출입은행, 코이카, 코트라, 현대엔지니어링, 도화엔지니어링 등 엔지니어링업계 전문가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AIIB 출범과 엔지니어링기업의 대응전략 토론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발표에 나선 이재열 엔협 정책연구실장은 “MDB는 설립 원칙에 따라 프로젝트 지원이 이뤄지는 만큼 국내산업의 이익에 부합되는 AIIB 설립 원칙이 마련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가격 경쟁력에 앞서있는 중국·인도에 대응해 AIIB 가이드라인에 기술력 평가 반영 비율을 높이거나 QBS 방식을 채택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재완 엔협 회장은 지난 7월 베이징에서 진리췬 AIIB 초대 총재를 직접 만나 중국이 AIIB에서 가격위주 입찰방식을 주도해 싹쓸이 수주에 나설까 일부 FIDIC 회원국이 우려한다고 전한 바 있다.
당시 진 총재는 “나 또한 스페인을 방문하면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는 한 질 좋은 하몽 햄을 먹는데 싸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라며, “AIIB는 중국이 아닌 국제 은행으로 가격보다 기술을 지향하는 국제 룰을 따를 것이다”고 답한 바 있다.
수은 남재일 기술역은 “AIIB도 ADB처럼 QCBS를 도입할 것 같지만 최근 QBS에 대한 논의도 있다. 가격으로 후려치는 것은 안하겠다는 것이 AIIB 방침이다”라며, “한국 기재부 또한 이달말 7차 AIIB 대표교섭자 회의에서 최저가방식으로 가지 않도록 의견을 낼 것이다”고 전했다.
유신 배성일 부사장은 “최근 아프리카 프로젝트들도 거의 가격이 좌우하는데 경쟁국들이 한국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MM을 제시한다”며, “아프리카 현지화에 성공한 유럽 대형 업체가 로컬회사와 손을 잡아 한국은 도저히 따라갈 수 없도록 가격을 낮춰서 들어온다”고 최저가 문제의 현실을 직시했다.
제일엔지니어링 강호익 부회장은 선두권 엔지니어링사 또한 이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강 부회장은 “파블로 부에노 FIDIC 회장은 20개의 입낙찰 사례를 근거로 제시하며 심지어 99:1이라 하더라도 1이 수주성패를 좌우할 수도 있는 만큼 가격평가를 없애자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며, “중국엔지니어링협회 또한 QBS를 지지하고 있고 AIIB도 그 의견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한국, 실적문제 시급히 해결해야… 중국, 글로벌 인재양성에 대대적 투자
참석자 모두는 한국 기업들의 MM이 높아져서 QCBS에서는 기술 1위를 하다가도 기술 5위에게 가격점수로 역전당할 수 있다는데 동의했다. 다만, QBS를 지금 당장 도입하더라도 답이 나오는 것은 아니며, 자칫 한국은 경쟁국 업체들로부터 백전백패하게 될 수 있다는 점에도 공감했다.
다산컨설턴트 김운형 전무는 “ADB, WB 제안서의 기술분야는 회사실적과 기술자실적이 들어가는데 해외시장에 뒤늦게 진출한 한국기업의 실적이 너무 부족한 실정이다”며, “CIS, 서남아시장에서 국내업체가 제안서를 제대로 낼 수 있을지 우려된다. 동남아 실적을 서남아에서 인정해주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세일종합기술공사 김숙현 부사장은 “국내 시스템을 MDB 수준에 맞추지 않으면 AIIB에서 한국 기업이 성과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한국에서는 PQ평가가 면허위주지만 해외에서는 엔지니어 개인의 능력을 보는 만큼 실제 사업을 했는지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고 전했다.
특히, 김 부사장은 “팀 리더의 경우 직접 관련 경험을 했는지가 중요한데 국내는 찾을 수가 없어 외국 기술자를 영입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와 협회는 국내 기업의 실적관리, 기술자관리를 MDB에 연계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도화 정수동 부사장은 “동남아 인프라시장에 기술자를 파견하려고 해도 리스크매니지먼트, 계약전문가 등 조건을 충족하는 사람이 없어 필리핀, 말레이 등에서 구하고 있다”며, “계약, 법무기술자 육성에 정부, 협회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만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이재완 회장은 AIIB 주도국 중국이 글로벌 인재육성에 대대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말 AIIB 설립이 구체화된 당시부터 지금까지 관리자급 기술자 450명에게 관리자 2주간 합숙 훈련을 시켰다. 교육생들은 계약관리, 리스크매니지먼트 등의 과목을 수강했으며 최근 150명을 추가해 연말까지 총 600명의 전문가를 육성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씨플러스인터네셔널 현학봉 대표는 “수강료가 1인당 700만원으로 중국 기업은 매년 42억원을 투자해 매년 600명의 글로벌 전문가를 육성할 방침이다”라며, “대부분이 공기업들로 해외시장개척에 정부가 강력한 드라이브를 거는 모양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