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사기, 예산내역에 없는 과업…발주처 '난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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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사기, 예산내역에 없는 과업…발주처 '난 몰라'
  • 정장희 기자
  • 승인 2015.06.11 17:29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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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한 계약 거부하면 부정당제재 6개월
빠듯한 예산 펑퍼짐한 과업지시서, 추가업무에도 말 못해

(엔지니어링데일리)정장희 기자= A사는 최근 제주시로부터 수주한 6,000만원 규모의 N조사사업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막상 수주해 놓고 계약을 체결하려고 보니 과업지시서에는 있지만, 예산내역에 포함되지 않은 1억5,000만원 상당의 조사가 혹처럼 붙어있었던 것. 분명 제주시의 잘못된 발주로 A사는 반론을 제기했지만, "충분히 숙지하지 않고 입찰에 참가한 게 잘못"이라는 대답만 돌아왔다.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하는 것은 내역을 공개하는 시공과 다르게 컨설팅은 총액입찰을 실시하기 때문이다. 보통 엔지니어링사는 과업지시서와 컨설팅수행비용을 확인해 입찰참가여부를 결정하는데 입찰단계에서 발주처가 예산산출내역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계약단계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 즉 과업지시서에 기술된 과업수행범위에는 포함됐지만 이를 수행하기 위한 과업수행비용은 계상하지 않고 발주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것이다.

B사 관계자는 "4개 공구로 발주됐던 대구도시철도 3호선 때도 조사업무가 내역에 누락돼 참여업체는 공구당 5억 총 20억원 순손실을 기록한 일도 있었다"면서 "발주실수가 분명했지만 발주처는 설계변경은커녕 오히려 입찰참가사에게 잘못을 떠 넘겼다. 이는 사실상 사기와 다름이 없다"고 했다. 그는 또 "발주처의 실수와 막무가내로 내역에도 없는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가 전체 컨설팅발주의 20%나 된다"고 지적했다. 

애매모호하게 작성된 과업지시서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즉 표준화폼을 이리저리 복사해 발주처가 필요한 사안을 추가하는방식으로 과업지시서가 만들어 지는데다, 표현자체도 모호하게 돼 있어 발주처의 해석에 따라 추가업무를 시키기 좋게 되어 있다는 것.

C사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는 Work Scope를 세세히 조정하는데 비해 한국은 그저 발주처가 시키는데로 하라는 식으로 돼 있다"면서 "국토부를 위시한 대부분의 발주처가 글로벌화, 해외진출을 부르짖고 있지만, 자신들이 가진 후진적 수준의 권한은 전혀 내려놓지 않고 있다"고 했다. 

결국 발주단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는 입찰참여사에게 책임을 미루는게 국내 발주의 행태라는 지적이다. 현행 국가계약법 76조1항6호는 "낙찰자는 정당한 이유없이 낙찰일로부터 10일 이내 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면 입찰참가자격제한 6개월을 처분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발주기관이 명백하게 실수했다더라도 낙찰자는 이를 거부할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D사 관계자는 "굳이 선진국 예를 들지 않더라도 계약이라는 것이 상호간 대등과 신뢰를 원칙으로 하는 것인데 현행법은 甲인 발주청의 권한만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다"면서 "잘못된 발주와 단순한 입찰검토실수로 인해 회복하기 어려운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공무원 위주의 행정편의주의"라고 했다. 또 "부당한 사안에 대해 乙인 엔지니어링사가 최소한의 이의를 제기하고 이를 심의할 수 있는 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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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래이드마스터 2015-06-12 09:36:52
사기가 별건가. 뻥쳐서 발주하고 돈안주는게 사기지.

제우스 2015-06-12 09:17:57
발주처가 바뀌어야 엔지니어링이 산다. 누가 공정한 룰을 만들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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