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시스템 근본개혁 없이 즉흥적 처방 한계있어
서울시가 외국엔지니어링사를 감리에 의무참여시키는 방안을 내놨다. 시범사업으로 지난달 30일 동부엔지니어링이 낙찰받은 서울제물포터널민투사업 건설사업관리 1공구가 선정됐는데 컨소시엄안에는 영국의 컨설팅사인 ARUP이 20%의 지분율로 참여하고 있다.
발주당시 서울시는 과업수행방법에 "최근 5년간 ENR The Top 100 Construction for Fee and PM Firm 순위에 랭크된 경력있는 외국의 선진 건설사업관리업체와 공동수급체를 구성해야 한다"고 명시하며 20~18% 참여시 5점를 배점했다. 모든 컨소시엄은 외국사를 공동수급사로 참여시켰다.
서울시는 ENR 100위 안의 외국사를 사실상 의무참여시킨 배경으로 지난해 공사현장에서 일어난 수몰사고, 붕괴사고에 대한 대안차원이라고 밝히고 있다. 즉 외국선진사를 사업에 참여시킴으로써 국내 시스템의 잘못된 점을 개선하자는 것이 서울시의 입장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서울시는 건설기술연구원에게 연구용역을 의뢰했고, 제물포로 1공구를 시범사업으로 통합사업관리협의체(Integrated Project Team-IPT)를 구성 운영한다는 방안을 내놨다. IPT는 건설사업관리 선정 직후 발주자, 외국사를 포함한 건설사업관리자, 시공자, 설계자 대표 등으로 구성돼 PT장의 주재아래 해당현장에 대한 사업관리 평가 및 개선방안을 분기별, 월별로 도출한다는 것.
주요 내용으로 물가변동에 따른 설계변경시 하도급업체에 계약내용을 공개해 하도급법과 건산법에 규정된 계약조정 혜택을 받게하고, 건설공사 수행에 장애가 되는 불합리한 건설관련 제도를 즉시 조치하도록 명시했다. 또 원하도급 회의에 발주자 참여시키고, 준공검사 공사대금 지급과 관련 원도급업체의 불공정 행위를 감시하도록했다. 특히 IPT에서 발굴된 법령개선 건의과제를 국토부 등 관련기관에 건의하고, 상생협력 추진실적으로 자체 평가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서울시의 외국업체 의무참여와 IPT에 대해 엔지니어링업계는 선진국 맹신주의, 사대주의라는 반응이다. H사 관계자는 "한국에서 건설관련 부조리는 갑을관계에 의한 소통부재가 핵심인데 을을 깔아뭉개는 甲이 들고 나온 해결책이라는게 외국산슈퍼乙의 도입이었다"면서 "외국이면 무조건 옳다라는 관점은 30년전에 이미 폐기됐어야 맞는게 아니냐"고 했다. 특히 IPT의 기본원칙 중 하나인 '협의체 구성원 상호 존중과 신뢰'가 국내 엔지니어링사에게 지켜지는게 더 급선무라는 입장이다.
이번 공고의 공신력 문제도 제기됐다. 미국의 사설잡지인 ENR랭킹을 공적입찰에 사용하는게 맞느냐와 한국 감리대가의 1.75배에 해당하는 대가를 외국사에 책정한 것은 형평성에도 위배될뿐더러 법적근거도 모호하다는게 업계의 지적이다. 1.75배의 감리대가는 미국, 일본, 영국의 대가의 평균이라는게 서울시측의 설명이다.
K사 관계자는 "한국 엔지니어링기술력은 이번 프로젝트와 같이 하저터널은 물론 대규모 해저터널까지 무리없이 수행할 정도로 높다. 해외시장에서도 선진엔지니어링사와 기술경쟁에서 우위에 있다는 점에서 볼때 서울시의 이번 외국사 참여는 기술이전보다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엄격한 乙의 체험하는 성과를 낼 것"이라며 "대가를 국제적 수준에 맞추는 게 옳은지, 외국인을 높은 가격에 모셔 오는게 맞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연구를 주관한 건설연과 서울시 관계자는 "ENR을 제외하고는 엔지니어링 관련 랭킹이 없어 이를 적용했다. 이번 외국인 의무참여는 선진엔지니어링 시스템을 맞보기 위한 하나의 시도라고 이해해줬으면 한다"면서 "IPT를 통해 도출된 결론은 국내 엔지니어링의 선진화의 자료로 활용되고, 더 이상의 외국사 의무참여는 아직까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