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시기 미정에 발주 계획도 경쟁은 몇 배
국내 투자 위축이 플랜트엔지니어링 및 EPC 업체들을 보릿고개 시기로 내몰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화학 및 발전 분야 등의 발주가 급감하면서 국내 플랜트엔지니어링사를 비롯한 EPC업체들의 일감부족 현상이 극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화공플랜트 및 발전플랜트 업체들이 경기침체를 이유로 작년까지만 해도 투자를 하겠다던 결정을 뒤짚고 투자에 미진하거나 전면 보류로 돌아서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일부 대형 석유화학 업체들의 경우 총수들이 법적인 문제로 자리를 비움으로써 시설 투자를 이행하지 못하고 잠정 보류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점 역시 투자 부진을 야기하는 또다른 원인이 되고 있다.
발주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시장에 대한 의존 비중이 높은 중소 플랜트엔지니어링사 및 대형 EPC 국내 플랜트 부서들의 경우 먹거리 찾기에 비상이 걸렸지만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작년 실적 및 1분기 국내 석유화학 및 정유산업계 실적이 좀처럼 나아지지 못하고 하반기 역시 상황이 개선되기 힘들 것이라는 예상은 해답을 찾기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이에 일부 중소 플랜트엔지어링사들의 경우 매각에 대한 소문도 암암리에 나돌고 있으며 일부 대형 EPC사들의 경우 국내 관련 인원들의 재배치를 실시하는 경우도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간산업계가 경기침체 등으로 투자가 보류됨에 따라 발주상황은 거의 제로에 수렴하고 있다"며 "이에 대형 EPC사나 중소 플랜트엔지니어링사들의 신규 수주상황 또한 바닥을 향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하반기에도 개선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관련 업체들의 고통은 가중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수주가 급감하면서 업계의 상황도 뒤숭숭한 상태이다. 이에 일부 중소 플랜트엔지니어링 업체들의 경우 조만간 매물로 나올 것이라는 소문도 암암리에 돌고 있다"며 "이는 부진한 시장에 대한 심리를 나타내는 결과로 보인다. 따라서 상황이 개선되지 못한다면 이러한 소문의 빈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 일부 투자 계획에도 눈치 작전은 국제 입찰급
국내 일감이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일부 투자 소문에도 업체들의 반응은 쉽게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석유화학 및 정유플랜트 분야의 경우 대부분의 투자가 보류되고 있어 소수의 투자 소문이라도 곧 업체들의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 가장 업체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투자는 S-Oil의 고도화 및 아로마틱 플랜트 증설 실행 여부이다.
모기업인 사우디아라비아의 Aramco가 투자를 진행할 경우 2016년까지 약 8조원을 투자하겠다고 계획하고 있는 가운데 본격 투자가 진행될 경우 국내 플랜트엔지니어링 업계에 숨통을 트이게 하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S-Oil은 부지문제로 플랜트 투자를 유보해왔었으나 온산 공장 인근 석유공사 유류 저장시설 부지 개발에 대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증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투자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플랜트엔지니어링 및 EPC사들의 보이지 않는 눈치 싸움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으며 이에 따른 업체들의 과다경쟁이 국내로 전염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S-Oil의 온산 공장 신증설은 일감이 부족한 국내 플랜트 업계에 최대 이슈가 되며 관심을 모으고 있다"며 "그러나 아직까지 부지문제가 완벽하게 해결된 것은 아니며 관련 프로젝트에 대한 TF팀조차 꾸려지지도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상황에서 플랜트 업체들의 관심이 과열양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이번 프로젝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중소 플랜트엔지니어링 업체는 물론 대형 EPC사들의 참여 가능성에 대한 소문 또한 확대되고 있다"며 "문제는 업체들의 관심이 자칫하면 수주를 위한 과다경쟁으로 흐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해외시장에서 출혈경쟁으로 손해를 본 경험이 있는 업체들이 동일한 전략을 들고 나올 경우 안방에서 조차 주도권을 갖지 못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