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좋소기업을 벗어날 수 없는 이유
상태바
[기자수첩]좋소기업을 벗어날 수 없는 이유
  • 조항일 기자
  • 승인 2024.10.22 13:10
  • 댓글 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믹스커피 이름적고 먹어요” “추석선물로 검은봉다리 하나 받았습니다”

대한민국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좋소기업, 요즘세대 말로는 중소기업을 다니는 직장인들의 애환이 담긴 글이 블라인드에 가득하다. 공과 사의 경계를 아무렇지 않게 넘나들면서 직원들을 자괴감에 빠지게 만드는 회사들이 대부분 좋소기업 취급을 받는다.

연봉은 말할것도 없다. 대한민국의 물가가 전세계 톱을 찍고 있는 상황에서도 중소기업은 여전히 월 200만원을 간신히 넘기거나 못받는게 현실이다. 명절 떡값은커녕 출근 안하면 다행인게 대한민국 중소기업이다.

엔지니어링업계를 보자. 일단 법적 기준으로 볼 때 국내 엔지니어링사 중 대기업은 없다. 연매출 400억~1,500억원 이상을 중견기업으로 분류하는데 순위권 업체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연봉도, 생활도 예전보다는 나아진게 사실이다.

하지만 젊은세대가 느끼는 엔지니어링업계는 좋소기업에 가깝다. 가장 큰 이유는 단연 기업문화다. 물론 요즘에는 젊은세대의 이탈을 막겠다며 나름의 워라벨을 보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누군가는 주말마다 부서장을 따라 등산을 다니며 휴일을 반납하고 있다. 점심시간보다 일찍 회사를 나서는 직원들이 못마땅한지 시간을 통제하고 출입문을 아예 폐쇄하는 회사도 있다.

야근을 반강제하는 회사도 여전히 존재한다. 제대로 된 보상을 준다면야 감내하겠지만 식대, 교통비로 퉁치는 회사들이 적지 않다보니 사실상 무료봉사다. 임원이 되면 이마저도 없다. 상무, 전무 달았으면 직급에 맞는 노블리스오블리제를 발휘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절정은 연봉인상이다. 언제부턴가 일부 회사들이 정률 인상이 아닌 정액 인상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민간기업의 평균 연봉인상률 수준인 3~4% 올려주는 회사는 양반이다. 누군가는 월 10만원을, 또 다른 이는 15만원이 올랐다고 한다. 정액 인상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중견기업 수준의 엔지니어링사가 취할 방식은 아니다. 무엇보다 회사입장에서 계산기를 두드려봐도 결국 정액인상이 값싼것도 사실이다.

직장인은 돈으로 보상받을 뿐이다. 회사가 그토록 원하는 기술자의 자부심도 마땅히 연봉이 기준이 돼야하는데 왜 정신력을 강조하나. 오너가 아닌 이상 모든 월급쟁이는 연봉이 전부다. 업계의 인력난은 사회의 인식이나 제도가 아닌 직원들에 대한 보상없는 강요가 1순위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6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야근머신 2024-10-24 11:33:43
오너가 아닌 이상 모든 월급쟁이는 연봉이 전부다.

시대를 관통하는 명문입니다. 근데 문제는 같은 월급쟁이면서 회사 입장도 생각해야한다는 병신들이 있어요. 그것도 위에 꽤 많이 포진되어 있죠.

77 2024-10-23 08:54:01
아직도 연봉에 상당수의 야근비를 포함해서 야근비를 받을만큼 일하려면 평일은 가족과의 생활을 포기해야한다

Jjong 2024-10-24 13:11:31
합사나가면 도면도 못치는 부장급들이 수두룩한건 왜 그런거냐?

근육맨 2024-10-25 15:08:08
예를들어, 10년을 넘게 헌신한 임원 누구하나를 콕찝어서 보편타당한 연봉인상을 실시할때 그와 동등한 위치에 있는 모든임원의 연봉도 그와같이 형평성을 맞추어야 한다.
그러느니, 7000연봉에 불만갖고 집나간 임원한명 그자리 그대로에~ 아까워 죽겠지만 9000연봉 한명 들이는것이 싸게먹힌다는 오너들의 셈법이다!
결론은, 회사에 헌신하면 헌신짝 된다는 말 우수겟소리지만 맞는말이다!
덧붙인다면, 엔지니어링사는 사람이 재산이며! 그렇기에 재산관리 잘해야 한다~~~
당장의 출혈이 아까워도 기본을 지키야 살수있음을 오너, 그대들은 아시길 바랍니다.

123 2024-10-25 09:08:57
이번에 월 4만원 올랐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 어디가서 중견기업이라하지마라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