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지하경제를 주름잡던 야쿠자가 몰락하고 있다. 한때는 조직의 숫자만 5,000여개에 인원은 18만명, 연간 매출 8조원이라는 웬만한 산업군 못지 않은 규모를 자랑했던 야쿠자는 이제 그 수가 2만여명으로 급감했다.
야쿠자의 약화는 1991년 일본판 범죄와의 전쟁인 폭력단 대처법, 일명 폭대법 발령과 2011년 전국 지자체에서 시행된 전국 지자체의 폭력단 배제조례가 결정적이었다. 부정한 일을 일삼는 조직, 집단과의 계약은 모두 무효로 한다는게 법안의 골자였다. 이에 따라 부동산 계약부터 금융거래, 건강보험, 심지어는 휴대폰 개통까지 모든 계약을 할 수 없는 초강력 규제가 야쿠자의 씨를 말렸다.
제도권 밖의 사회에서 ‘가오’를 근간으로 자경단 역할을 했던 야쿠자들인데 세상이 고도화되면서 존립 자체가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좋은 시절은 다 갔는데 일반 회사 이상의 고압적인 상하관계는 여전하다보니 MZ세대의 유입도 막았다. 그래서 요즘 쌩쌩한 야쿠자의 연령대는 40~50대라는 말이 있다.
한국의 엔지니어링산업은 지난해 기준 8,000여개의 기업체와 100만여명에 육박하는 엔지니어, 매출규모 10조원으로 엔지니어링산업 역사상 최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80% 이상이 재정사업이고 그로인한 발주청 종속이 더욱 심화됐다는 한계를 딛고 실적이 10여년간 우상향하더니 마침내 올 상반기는 수년전 연간 실적을 상회했다.
엔지니어링업계의 외형적 성장은 아이러니하게도 수많은 규제를 만들어 냈다. ‘아무것도 안하는게 오히려 돈 버는 것’이라는 말이 떠돌정도로 엔지니어링업계를 둘러싼 규제는 촘촘하다. 반대를 위한 반대가 판을 치는 한국 정치판인데 안전 문제에서만큼은 좌우가 없이 합치가 된 결과다. 예방, 방지라는 명분으로 너도나도 숟가락을 얹으며 표심을 가져가려하니 어느순간 실타래를 풀기가 불가능해질만큼 덩어리가 커졌다.
규제가 많아질수록 업계는 더 많은 돈을 써가면서 제재를 피하고 전관을 영입하고 있다. 이러한 악순환은 엔지니어링산업의 근간이 되어야 할 젊은 엔지니어들에 대한 처우 개선을 막고 있다. 일본 정부의 야쿠자 규제는 무균사회와 우경화를 통한 국민 통합이라는 거시적인 명분이라도 있지만 한국의 엔지니어링업계 규제는 정부와 발주청의 업계 길들이기를 통한 배부른 노후를 보장받겠다는 사적인 이유가 전부다.
내부적으로도 변해야 한다. 1~2개 대형엔지니어링사는 시공사급 연봉을 주면서 공무원의 인기를 능가하고 있지만 업계의 평균은 중소사다. 여전히 90%의 회사들이 엔지니어들에게 문과 수준의 연봉을 제시하고 있다. 다소 누그러지긴 했지만 여전히 고압적인 회사 문화와 발주청을 위시하는 기성세대의 태도는 젊은세대 유입의 또다른 장애물이다. 돈보다 국가를 위해서 일한다는 사명감으로 일하는 젊은 세대가 없다며 혀를 차는 가오도 버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