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절한 현장 대응에도 칭찬보다 비판 앞서…불안감 조성 지양해야
(엔지니어링데일리)김성열 기자=대심도 터널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붕락 현상을 두고 일반적인 상황에도 과잉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달 25일 새벽 부산시 만덕-센텀 고속화도로 건설현장에 발생한 붕락 현상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부산시와 시공‧감리 측에 늦장 대응이라는 비판이 이어져 왔다. 이에 부산시는 3일 토사유출 대응 전담팀(TF)을 구성하고 추진사항, 향후 대응 계획에 대해 점검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당시 롯데건설 측은 24일 저녁부터 붕락 조짐이 있자 보강 공사를 진행했는데, 결국 오후 11시 30분께 현장 철수와 함께 출입 통제에 들어갔다. 이어 25일 새벽 0시 40분께 천단부에서 붕락 현상이 발생해 토사가 유출됐다. 지하 60m 깊이 터널에서 750㎥ 규모 토사가 약 1분간 흘러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 감리의 발 빠른 대처로 인명 피해는 전무했다.
롯데 건설은 25일 오전 부산시에 붕락 현상을 보고했다. 다만 부산시가 해당 상황을 28일 오후 6시에 발표하면서 늦장 대응, 사고 은폐 등의 의혹이 제기됐다. 대심도 터널에서 약 30m 떨어진 곳에 부산 지하철 3호선이 운행 중인데, 사흘에 가까운 시간 동안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사고를 숨겼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현장에서 벌어진 현상에 비해 과잉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붕락 현상은 NATM 방식의 터널 건설현장에서 종종 일어나는 것으로, 지반 이완으로 지상 구조물이나 근처 지반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문제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 A씨는 “이번 건은 사고나 재해라고 볼 수 없는 일반적인 현상이다”라며 “터널 천단부에 자립할 수 없는 토사층이 있었고 발파하는 과정에서 그게 흘러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설계도면에도 현장 상황에 맞춰 보강할 수 있게 나와 있고, 토목학회 검사에서도 문제점은 발견되지 않은 걸로 안다"면서 “설계, 시공, 감리 누구든지 잘잘못을 따질 일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터널 전문가 B씨도 “터널 공사현장에서 붕락 현상이 일상적이진 않지만 일어날 가능성은 충분히 있는 것”이라며 “이완이 계속되면서 지상까지 이어지지 않는다면 시공 과정에서 보강하면 그만이다”고 설명을 더했다. 이어 “이번 건처럼 대심도 터널이면 지상에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 C씨는 “현장에서 적절한 대응으로 인명 피해도 없고 주변 영향도 없는 일반적인 현상이다 보니 국민에 대한 보고 체계가 갖춰지지 않아서 벌어진 일”이라며 “언론에서 현장의 대처를 칭찬하기는커녕 늦장 대응, 사고와 같은 단어를 사용하면서 불안감을 조성하는 게 더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