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과 달리 불황 길어질수록 체력 뒷받침 어려워
올해가 시작된지 2개월이 지나고 있으나 일감 기근 현상이 해소되지 못하면서 업체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플랜트산업을 지탱해 온 화학 및 발전 분야 등의 발주가 급감함에 따라 국내 플랜트엔지니어링사들이 이전에 비해 심각한 일감부족 현상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내 플랜트엔지니어링 업체들의 일감은 상위 EPC사들과 달리 대부분 도급형태로 받고 있으며 그나마도 국내시장에 한정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문제는 국내 일감의 주를 이루고 있는 석유화학 및 정유, 발전 시장에서의 발주가 좀처럼 나오지 않거나 아니면 기존 발주도 연기 및 취소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례로 LG화학의 경우 약 5,000억원 규모의 태양전지용 폴리실리콘 플랜트 신증설에 대해 관련산업 침체로 투자를 연기했으며, OCI 그룹 역시 태양광 산업 부진으로 10조원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 건설 및 관련 소재시설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이밖에 작년 4분기 투자가 예상됐던 금호P&B의 페놀과 아세톤 공장 증설 계획 역시 구체적인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발전분야 역시 지식경제부가 2016년부터 이행될 제 6차전력수급기본계획 등을 발표해 국내 발전소 건설이 예상되고 있지만 환경부와 같은 중앙부처 및 환경단체 등과도 마찰을 빚고 있어 실제 이행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물론, LG화학이 발표한 올해 화학부분에 SAP(기저귀 및 생리대 등에 흡수재 등으로 사용) 및 SBR(석유합성고무) 생산시설 등에 약 2조원가량을 투자하기로 했으며 SK종합화학 및 에너지 등이 P-X(Para-Xylene) 플랜트 증설에 나선다고 밝히기도 했으나 전체적인 침체를 맞고 있는 업계 전반을 부양하기에는 다소 버거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작년 연말까지 관련업체들은 일감부족 현상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상위 EPC들과 연계되어 있는 업체들의 경우 해외물량 영향으로 아직까지 별다른 타격을 입고 있지 않지만 중소 플랜트엔지니어링사들의 경우 일부에서는 생존여부를 확담할 수 없는 지경에 까지 이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작년 말까지는 그나마 재작년에 넘어온 일감들이 있어 일감부족 현상은 심하지 않았다"며 "그러나 올해는 화학시장의 경기 침체로 발주처들이 투자를 꺼리거나 심한 경우 투자를 철회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어 플랜트엔지니어링 업계 역시 빈손만 빨고 있다"고 토로했다.
다른 관계자는 "일부 중대형 플랜트엔지니어링사들은 전략적으로 대형 EPC사들과 협력을 맺어 해외일감으로 연명하고 있다"며 "그러나 국내 EPC사들이 한정적인 만큼 이들과 연계된 업체들 또한 한정적이다. 이에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중소업체들은 자그마한 일감이라도 찾기 위해 나서고 있으나 쉽지 않은 상황이다"고 전했다.
▼ 해외업체들과 연계 모색, 유지보수 분야 또한 일종의 해답이 될 수도...
국내 일감이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업체들은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일감이 없는 국내 시장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으로의 진출을 서둘러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해외 EPC사들과의 연계 및 기존 국내업체들이 진출하지 못했던 유지보수 영역에 대한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현재 상당수의 업체들이 국내 EPC사들에 전적으로 의지하면서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중소형 플랜트엔지니어링사들의 사업영역은 국내 대형 EPC사들의 사업분야에 한정되어 있다"며 "이제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 EPC사들과의 전략적 연계를 통해서도 해결책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중동 등과 같은 지역에서의 대형플랜트들이 신규로 건설되기도 하지만 일부에서는 유지보수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다"며 "이에 유지보수분야에 대한 사업성도 점차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사업은 대형 EPC사들이 들어가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운면이 있다. 이에 중소 플랜트엔지니어링들은 이러한 틈새시장을 파고들어 수익성을 창출해 나가는 것도 부진한 시장을 이겨나가는 해결책이 될 것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