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링 가치와 지역경기 활성화 논리 정면배치
최근 발주된 영천시 완산지구 우수저류시설 공고문에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하여 경상북도 업체의 참여비율은 반드시 49%이상으로 합니다"라는 단서조항이 붙었다. 지방계약법 회계예규에 30%이상 지역업체 참여시 3점의 가점을 부여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영천시가 부여한 지역배점은 타지역보다 월등히 높다. 영천시처럼 '반드시'라는 강수를 쓴 경우와 함께 '권장'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에두른 경우까지 포함하면 최근 2~3년 사이 지역업체 49% 참여 조항의 비율을 담은 입찰서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게다가 최근 한국도로공사가 발주한 새만금~전주간 기본설계에서 국토부의 조직으로는 처음으로 지역업체의 참여를 권장하는 조항을 삽입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도공 측은 "전라북도청에서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해 '권장'하는 수준에서 일단락 했고, 평가에서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했다. 이에 반면 전북도청은 '승전했다'는 분위기다. 전북도청 관계자는 "도공의 사례를 통해 익산청까지 지역참여 조항을 삽입할 것"이라고 했다.
강원도청 동계올림픽사업단이 발주할 90억원 규모의 진부역우회도로 등 실시설계 4~5건의 경우 지역업체 참여비율과 함께 발주방법까지 논란이 되고 있다. 진부역우회도로의 경우 35억원 규모로 TP대상 사업에 해당된다. 특히 교각의 높이가 105m에 달해 난이도도 상당하다는게 업계의 의견이다.
하지만 사업단 측은 "금액상으로는 TP발주 대상이지만 경간장이 짧고, 교각높이는 고려대상이 아니어서 PQ로 발주하고 지역사 참여비율 49%로 할 것"이라고 했다. 국토부 기술기준과도 "기술적인 난이도로 고려해 PQ로 발주하는 것은 발주처의 재량으로 문제가 없다"고 했다. 반면, 한 구조기술사는 "금액여부를 떠나 해상교량에 준하는 높이의 교각을 설계하는데 기술적 검토없이 운찰제인 PQ로 발주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공동도급, 상생과 공멸사이 넘나들어
정부는 최근 5~6년 동안 '상생'이라는 명분으로 각종 정책을 양산했다. 행자부는 지역공동도급 30%를 국토부는 공동 참여자 범위 설정 및 중복참여 배제를 통해 상생코드를 맞춘 것. 하지만 현장에서는 각종 부작용이 도출되고 있다.
지역공동도급이 30%, 최대 49%까지 확대됐지만, 지역사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며 대형사는 볼멘소리를 한다. 대형사 측은 "지역사의 역할이라는게 발주청을 설득해 PQ기준을 특정대형사에 유리하도록 맞춰 납품하는 일"이라며 "광역시도별로 제대로 기술자와 기술력을 갖추고 엔지니어링활동을 하는 지역사는 3~4개 이하로 사업수주시 실제 업무는 대형사가 수행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여기에 공동도급 비율이 49%로 확대되는 것은 소수의 엔지니어를 보유한 지역사를 위해 수백수천의 엔지니어가 포진한 대형사가 피해를 보는 것이라는 의견이다. 즉, 지역공동도급이 양질의 엔지니어링 성과품을 내놓는 것과 무슨상관 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공동도급사 숫자와 중복수주 금지조항에 대해 "국내 SOC는 발주감소로 L자형 정국으로 흐르고 있는 상황에서 U자로 반등시키기 위해서는 해외진출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기술력 있는 엔지니어링사가 많은 사업을 수주할 수 있도록 경쟁시스템을 바꿔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중소엔지니어링사 측은 "대형사는 지난 20년간 건설경기 호황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한 반면 R&D나 해외진출 투자에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면서 "SOC발주가 급감하니까 이제와서 해외진출을 위한 대형화라는 명분으로 중소사의 과자부스러기를 빼앗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중소사를 보호하기 위해 갖가지 제도를 만든 것이나, 대형사가 정부로부터 수혜를 받은 것이나 '기회를 줬다'라는 차원에서는 마찬가지고 이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