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부진 이해는 하지만 사기는 뚝뚝
EPC 업체들의 인사이동이 대부분 마무리 되었으나 후폭풍은 이어지고 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EPC사들의 인사이동이 대부분 마무리된 가운데 부장이하급 직원들의 인사이동 규모가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올해 플랜트 시황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한 업체들이 승진인사를 자제하는 분위기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특히, 작년도 경영실적이 기대치를 밑돌았던 업체들을 중심으로 올해 진급 부진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의 인사이동의 특징은 부장 이하급 승진 비중이 평년대비 40~60% 수준에 머물렀다는 점과 그동안 거의 100% 진급이 이루어졌던 일반 대리 진급 대상 사원급 등 전반적인 영향이 미쳤다는 점이다.
실례로 상위 EPC 업체들 중 A업체의 경우 일부 전략적 부서를 제외하고 대리 진급 대상자 중 실제 진급률이 100여명 수준인 30% 안팎에 그쳤으며 B 업체의 경우 과장에서 차-부장으로의 진급률이 평년에 비해 고작 25%에 그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밖에 순위권을 달리고 있는 C 업체의 경우 다른 업체들이 작년 12월말 인사이동을 마무리한 것과 달리 앞으로 1~2달간 추가 인사이동을 실시할 예정이며 사원에서 대리급 진급률을 50~60%로 제한시킬 것이라는 소문도 나오고 있는 상태이다.
시장 관계자는 "업계 현황이 부진을 면치 못하다 보니 관련 업체들이 인건비 줄이기로 허리띠 졸라메기를 행하고 있다. 이에 가장 먼저 시행한 것이 진급률 조정인 것 같다"며 "대부분의 업체들에서 이전과 같은 대규모 승진은 찾아 보기 어려운 상황이며, 중간간부급은 물론 이전에는 100% 승급대상이었던 일반 사원 진급까지도 제한한 회사가 상당하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시황부진이 이어지면서 관련 업체들이 경기가 좋을 때와 달리 올해에는 여러가지 이유를 근거로 들며 승진을 제한한 경우가 많다"며 "문제는 작년과 올해 시황에서 평소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승진률을 나타냈다면 올해 하반기와 내년 경기가 더 침체될 경우 내년도 인사는 더욱 팍팍해 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에 벌싸부터 관련 인력들은 내년도 승진에 대한 불안감을 높이고 있는 상태이다"고 말했다.
▼ 마음은 이미 사표, 현실은 참자
한편, 업체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인사발령 소식이 이어짐에 따라 관련 종사자들의 사기는 점차 하강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하위직들의 경우 인사 실패 소식은 더욱 크게 와닿고 있다.
차과장급 이상 중간관리직의 경우 대부분 경쟁체제로 승진 인사가 이루어졌으나 사원 및 대리급 승진인사의 경우 대부분 관례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에서는 사표를 내고 다른 길을 알아봐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는 있으나 현재 시황상 딱히 해결책을 찾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부장 및 차장 등 승진인사에서는 당연히 경쟁체제로 인사가 이루어졌다. 이에 올해 인사 비율이 예년에 비해 급감했다고는 그나마 수긍하는 분위기다"며 "그러나 하위직 승진 인사의 경우 연차만 차면 당연시 됐기 때문에 오히려 충격파는 중간관리직 인사 결과에 비해 큰 상황이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이번 인사 결과에 대해 일부에서는 다른 분야 또는 경쟁업체로의 이직을 준비하는 경우도 있다"며 "그러나 경기침체로 업계 일부에서 구조조정 소문이 나돌고 있는 와중에 실제로 실행에 옮기기에 무리가 있는 상황이다. 이에 상당수는 속으로만 결과를 삭히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