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고속도 요금인하, ‘호구’로 전락한 도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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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자고속도 요금인하, ‘호구’로 전락한 도로공사
  • 조항일 기자
  • 승인 2019.12.23 16: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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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논산 고속도, 회수기간 ‘오리무중’
MRG 없어진 민자고속도, 신규 사업자 없으면 도공이 ‘독박’

(엔지니어링데일리)조항일 기자=천안논산 고속도로 통행료가 현행보다 50% 감면된 가운데 새로운 투자자가 된 한국도로공사가 사실상 정부의 ‘호구’로 전락했다.

2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천안논산 고속도로의 요금(1종, 소형차 기준)이 이날부터 9,400원에서 4,900원으로 47.9% 인하된다.

지난해 정부는 공공성 강화를 위해 재정고속도로 대비 배 이상 비싼 민자고속도로의 요금 감면 로드맵을 제시했다. 사업재구조화라는 이름의 정부 대책은 요금을 낮추는 대신 민자사업자가 수익을 챙기는 계약기간을 늘리는 것으로 일각에서 ‘조삼모사’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를 의식해서였을까. 이번 천안논산고속도는 도공 우선 투자라라는 공공기관 인수 방식을 채택했다. 이에 따라 도공은 현재 천안논산고속도 민자사업자의 계약기간인 2032년까지 통행료 인하로 인한 손실분을 선지급하고 이후 운영권을 넘겨받아 투자비를 회수하게 된다.

정부의 예상대로라면 12년간 약 1조5,000억원이 투입된다. 매년 평균 약 1,250억원이다. 2017년부터 매년 명절마다 정부의 선심성 정책에 울며겨자먹기로 1,000억원에 달하는 통행료를 면제해주는 도공이지만 이번 민자고속도 선투자는 부채감면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도공에게 사실상의 카운터 펀치다.

도공은 현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력공사와 함께 공기업 부채율 톱5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도공의 지난해 부채는 28조1,000억원으로 자산 대비 79.8%다. 오는 2022년까지 부채는 34조6,000억원, 비율도 86.7%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 이자보상배율은 지난해 1.17에서 2022년 1.20으로 0.03배 늘어나는데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것으로 1미만이면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를 다 내지 못한다는 것을 뜻한다. 도공의 경우 1을 넘어섰지만 사실상 이자를 내는 것만으로도 급급한 실정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통행료 종합수지율은 0.85로 당초 계획(0.80)보다는 높았지만 지속적으로 감소해 오는 2023년에는 0.68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1배가 되지 않는 다는 것은 도공이 그만큼 손해를 보면서 장사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더 큰 문제는 원 사업자의 경우 현재는 사라진 MRG(최소운영수익보장)를 당초 계약기간까지보장받지만 요금 인하로 연장계약을 하는 신규 사업자는 이러한 혜택이 없다. 즉, 민간자본을 유치하는데 애를 먹는 상황에서 정부의 고속도 요금 인하를 원활하게 추진하게 위해서는 도공 인수카드가 현재로선 유일한 것이다. 생색은 정부가 내고 피보는건 도공이라는 얘기다.

그나마도 도공이 민자도를 인수한 뒤 재무상태가 개선된다거나 부채탕감에 도움이 된다면 다행이지만 이번 천안논산고속도는 구원투수는 아니다. 현재 정부는 천안논산고속도 투자금 회수 기간을 20년 정도로 보고 있지만 당초 요금과 갭이 너무 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감을 잡기 쉽지 않다. 12년 후면 요금 없이도 쓸 수 있는 도로가 다음, 다다음세대까지 돈을 주고 이용해야할 도로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업계 관련 엔지어는 “VFM(적격성 조사)에서 이미 민자사업으로 하는 것이 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은 사업들을 가지고 이제와서 비싸다고 사업을 재조정하라고 하니 결국 모든게 어그러지는 것”이라며 “도로는 깔아야하는데 당시 한국 경제가 그럴만한 상황도 아니었고 민자사업을 유도하다보니 우리가 밑지는 조건으로 할 수 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MRG도 없어지고 당시와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며 “과거에 잘 사용하던 것은 그대로 두고 앞으로 건설될 것들에 대해서 잘 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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