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당골>법은 만들어 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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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당골>법은 만들어 뭐하나
  • 정장희 기자
  • 승인 2014.09.23 15:5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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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링데일리)정장희 기자= 국민의 안전을 도모하고 엔지니어링산업을 진흥하겠다는 취지로 건설기술진흥법이 시행된지 오늘로 꼭 4개월이 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법은 시행됐지만, 사실상 시행이 되지 못하고 있다.

건진법은 입법전부터 업계의 강력한 비판에 직면했다. 이 과정에서 수차례의 의견수렴과 공청회가 반복됐지만 국토부는 노량진수몰, 방화대교, 남북항대교 사고 등 일련의 안전사고를 명분으로 건진법을 강행시켰다.

문제는 5월23일 건진법의 시행 이후 붉어졌다. 법 통과를 주도했던 건설기술관리협회가 이사회 결의를 통해 건진법을 관피아법으로 규정하고 규탄서를 제출키로 의결했다. 설마했던 일이 실제로 일어나니 업계의 위기감은 최대치가 됐고 규탄서는 그래서 탄생했다.

하지만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규탄서는 공식제출되지 않고 비공식적으로 건네지고 말았다. 당시 ICEC로 인한 기술사들의 대정부 시위가 격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경영자들의 규탄서까지 받을 경우 국토부의 입장이 곤란해질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결국 슈퍼갑인 국토부의 눈치를 본 관리협회 일부 관계자가 꼬리를 내린 것. 관리협회 대다수 이사들은 규탄서 비공식제출에 "이사회 결의사항을 특정인이 자의적으로 판단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강수를 쓰지 않고 타협해봐야 결국 국토부의 말 잘 듣는 강아지가 되고 말 것"이라고 했다.

업계에 반발에 발등에 불이 떨어진 국토부는 차관이 직접나서 건진법 보완을 지시했다. 그 결과 관리협회 주도아래 T/F가 개설됐고, 하도급과 종합평가제는 내년 2월 이후 논의하고, 중복도 항목은 이달 중 완화안을 내놓게 됐다.

여기까지 보면 정부와 업계가 의견을 조율해 대안을 마련하는 그림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발 들어가 입법전에 업계의 의견을 수렴했다면, 나아가 건진법 자체가 없었더라면 모든 갈등구조가 깔끔히 해소된다. 업계에서는 "건진법의 결과는 건설기술관리협회를 만들어 업계를 장악한 것 일뿐 엔지니어링산업의 진흥과는 아무 상관없다"라는 반응이다.

국토부의 건진법 관리감독도 문제다. 이유야 어쨌든 악법도 법인데 건진법의 세부조항은 업계에서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 하도급관리지침만해도 법시행 이후 어떠한 엔지니어링사에서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한 엔지니어링사 외주담당은 "애초에 82%로 설정된 하도급률 자체가 말이 안 되니 이면계약 등의 탈법이 난무하고 있다. 법을 지키지 않아도 제재하는 곳이 없으니 누가 법을 지키겠는가"라고 했다. 여기에 중복도 항목은 대거보완중이고, 종합평가제는 시행이 불분명히다.

엄밀히 말하자면 건진법의 입법취지가 '국민의 안전'이었으니, 이 법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다는 것은 국토부가 '국민의 안전'을 제대로 챙기지 않는 것과 같다.

3권 분립 원칙에 의한다면 입법은 국회의 고유권한이다. 하지만 사회가 전문화·분업화·기술화되고 자본주의가 고도화됨에 따라 행정부의 입법조치가 대두된 것이다. 이는 즉 정부입법을 위해서는 전문가집단과 경험있는 행정관료가 합작해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건진법은 국토부의 성과주의와 업계 장악에만 초점이 맞춰져 머릿속 행정, 탁상행정 끝에 졸속으로 만들어졌다.

부처의 이득만 남고, 엔지니어링산업을 혼란으로 이끌고 있는 건진법이라는 똥을 과연 누가 치워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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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gnani 2014-12-01 10:30:12
법을 만들어서 뭣하냐?
참으로 도발적입니다.
질서를 잡고자 만든 법인데, 질서를 안 지키는 업체나 협회의 아집으로 인하여 엉망으로 변한 건설풍토를 이리저리 법을 손질하면서 바로 잡고자 함이 아닐까요?
업계나 협회에서 가슴에 손을 얹고서 한번쯤 반성을 하고, 법 문제 타령을 하심이.
자기 반성은 전혀 없고 오직 법 타령만.
언제 이런 버릇이 없어지고 자정이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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