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분야 인력 채용으로 디벨로퍼사 전환
(엔지니어링데일리)조항일 기자=10여년 가까이 국내 엔지니어링 수주 1위를 지키고 있는 도화엔지니어링의 선전을 두고 업계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글로벌스탠다드형 사업으로 주목받는 PMC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등 세계 시장에 서서히 안착해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페루서 심은 PMC, 몽골에서 꽃피우다
도화엔지니어링은 2019년 페루 정부가 PMC로 발주한 쿠스코-친체로 신공항 사업에 대표사로 참여했다. 총 5억800만달러 규모의 사업에서 PMC금액은 360억원이였다. PMC는 발주청을 대신해 시공사 및 감리업체 선정, 운영지원, 공사계약관리 등을 총괄하는만큼 글로벌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는 사업이다.
도화의 친체로 PMC 수주는 단순한 수주 1건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전까지 우리나라는 PMC사업에 시공사가 참여한 적은 있지만 엔지니어링사가 직접 PMC를 수주한 것은 친체로 사업이 처음이다.
해외사업을 하고 있는 국내 엔지니어링사 대부분이 프로젝트를 단발성으로 수주하는 것과 달리 도화는 법인, 지사 등을 두고 꾸준히 일을 하면서 PMC 수주를 위한 기틀을 마련해 왔다. 특히 도화는 페루에서 도로, 철도, 수자원 등 분야에서 설계감리를 수행했다. 그리고 2015년에 수주한 1,200억원 규모의 리마 메트로 2호선 건설사업관리가 친체로 PMC 사업을 수주할 수 있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현재 도화는 친체로 사업을 포함해 페루에서 100여개에 가까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페루에서 뿌리를 내린 PMC의 씨앗이 최근 몽골에서 꽃을 피웠다. 도화는 지난달 철도공단-코레일-수성엔지니어링 등과 컨소시엄을 맺고 울란바토르 지하철 1호선 PMC 사업(580억원 규모)을 수주했다. 한국 컨소시엄은 최종입찰에서 중국 컨소시엄 2개, 러시아 컨소시엄 1개 등과 수주 경쟁을 벌였다. 이 사업은 울란바토르 선스걸렁역~암갈랑역 17.7km 구간을 연결하는 것으로 몽골 역사상 최초의 지하철이다.

▲스마트팜 앞세워 신시장 진출
국내에서는 추종을 불허하는 업계 1위이지만 PMC를 주력으로 하는 해외 유수의 엔지니어링사들과 비교하면 상당한 격차를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실적이 핵심인 PMC 특성상 공항공사, 철도공단 등 공기업 없이는 입찰이 불가능하다. 해외시장에서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도화는 국내와 해외 수주의 간극이 다른 엔지니어링사와 비교해 상당히 좁혀져 있다. 실제 2019년에는 해외 실적이 국내를 넘어서기도 했다. 당시 도화는 3분기 실적 6,830억원을 기록했는데 국내 3,300억원, 해외 3,530억원으로 해외 비중이 50%를 넘겼다. 이후 코로나 사태 등으로 현재는 국내 : 해외 비중이 7 : 3 정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도화는 이를 글로벌엔지니어링사 수준인 2 : 8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게 경영방침이다.
이러한 가운데 도화는 최근 농토목으로 분류되는 스마트팜을 상품화해 신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스마트팜은 양식장을 결합한 생태순환농법으로 물고기 배설물을 비료로 사용하고 물사용량도 최적화했다. 도화는 2022년 키르기스스탄에 스마트팜을 준공하면서 CIS국가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도화는 향후 키르기스스탄에서만 약 1,000만달러 규모의 스마트팜을 유치해 현지 먹거리, 일자리 창출 등을 도모하고 현지의 근로자 육성을 통해 국내 일손부족을 겪는 농촌의 문제도 해결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키르기스스탄에 이어 스마트팜에 관심을 보인 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다. 사우디는 물부족으로 해수담수화를 사용하고 지형적으로 사막이 많아 스마트팜 수출에 최적화된 국가로 알려져 있다. 최근 도화는 사우디에 60억원 규모의 스마트팜을 수출했다.

지역에 편중되지 않고 프로젝트 위주로 사업을 바라보는 시각도 도화가 해외진출에 적극적인 이유다. 특히 도화는 남미를 넘어 폴란드, 인도 등 그동안 국내 엔지니어링사들에게 생소한 지역으로 진출을 하고 있다. 특히 폴란드의 경우에는 지난해 철도 전문 엔지니어링사인 CEPG를 인수합병으로 품으면서 동유럽 진출을 가시화했다. 이에 앞서 도화는 폴란드 신공항공사가 발주한 335억원 규모의 카토비체-오스트라바 구간 고속철도사업(PR7)을 계약하기도 했다. 향후 도화는 폴란드를 유럽 진출의 거점으로 인근 동유럽국가로 영향력을 넓혀간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맞춤형 인재선발, 저출산 극복도 동참
최근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는 엔지니어링업계이지만 도화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도화에 따르면 올해 도화의 신입사원 경쟁률은 19.4대 1로 나타났다. 연간 100여명에 가까운 인력을 선발하는 걸 감안하면 2,000여명에 달하는 지원자가 몰리는 셈이다. 채용 과정에 있어서 서류전형과 면접을 보는 것은 일반적인 회사들과 동일하지만 영어는 실무면접에서 필수고 제2외국어 능통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특히 엔지니어를 포함해 어문계열, 재무 등 다양한 분야의 인재를 선발하면서 전통적인 의미의 엔지니어링사 이미지를 탈피하고 디벨로퍼사로 전환을 꾀하고 있다. 실제 올해 도화는 외국어에 특화된 비기술자 인력을 선발해 곧바로 폴란드 현지로 파견했다.
저출산 극복을 위한 사내 문화 정착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도화는 2022년 임산부 직원들을 위한 수유실을 만들었다. 공간에는 리클라이너와 공기청정기, 모뷰 보관을 위한 냉장고 등을 설치했다. 올해부터는 출산지원금 제도를 정착시켰다. 도화는 그동안 출산 자녀수와 관계없이 출산용품을 지원하는 게 전부였지만 올해부터는 직접적인 장려금을 지급한다. 세부적으로는 출산시마다 첫째 육아용품, 둘째 200만원, 셋째 500만원, 넷째 1,000만원 등을 지원하도록 했다. 여기에 자녀를 둔 직원들은 기존 연차를 제외하고 아이가 아플 때 사용할 수 있는 특별연차 5일을 부여하고 있다.
▲2024년 도화 “국내 상하수도-감리, 해외 페루-인도 투트랙”
도화는 올 상반기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작년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상하수도와 감리분야 등을 중심으로 곳간을 채웠다. 대표적으로 ▲이천 도수관로 복선화 설치공사 기본실시설계 ▲하남교산 본단지 및 기업이전단지 조성고사 통합 건설사업관리 ▲부산광역시 하수도정비 기본계획 ▲전주시 수도정비계획수립 등의 사업을 수주했다.
여기에 더해 도화는 에너지 민자사업에서도 성과를 보였다. 도화는 ▲욕지좌사리 해상풍력 발전단지 개발사업 해상기본설계 ▲SK하이닉스 스마트에너지센터 운녕 사후환경영향조사 ▲맹골도 해상풍력 및 육상송전선로 환경영향평가 등을 따냈다.
해외에서는 페루와 인도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특히 페루에서는 친체로 사업 이후 100억원 규모의 리마~바랑카 철도 설계를 따냈고 3건의 하수처리장 관로 감리사업 등을 수주하면서 입지를 굳건히 하고 있다. 인도에서는 지난해 법인을 세운 이후 활발하게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뿌리를 내리고 있다. 현재 도화는 인도에서 비하르·우타르 프라데시 장대교량 건설사업관리 등과 1건의 해안보호사업(항만) 등을 수행하고 있다.
도화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재정사업과 달리 해외사업은 발주가 많은 한해”라면서 “해외만 보자면 작년보다 성적이 좋은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