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사, 실적 쌓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

(엔지니어링데일리) 정원기 기자=사업 규모나 상징성이 큰 가덕도 신공항 부지조성공사에 공항 설계 1~2위로 평가받는 유신과 한국종합기술이 나란히 빠지면서 사업대가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27일 엔지니어링업계에 따르면 가덕도 신공항 부지조성공사 입찰참가자격사전심사(PQ) 서류를 접수한 결과 현대건설 컨소시엄 단독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엔지니어링사에서는 이산, 동부엔지니어링, 다산컨설턴트, 삼보기술단 등이 참여한다.
당초 유신과 한종이 참여할 것으로 보였지만 낮은 설계비와 촉박한 설계기간 등을 이유로 장고 끝에 사업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가덕도 신공항 부지조성공사는 총 사업비 13조5,000억원 규모로 단군 이래 최대 토목공사로 꼽힌다. 다만 설계비는 817억원으로 이름값에 비해 한참 못 미치는 상황이다. 기본계획 수립 당시 산정된 설계비 1,781억원에 비해 46%, 964억원 줄어든 금액이다.
유신 관계자는 “해안가 공사라 난도가 매우 높고 시공단계에서 예상되는 계획 변경이나 추가 설계를 고려하면 현 설계비로 품질 높은 설계를 수행하기 어렵다”며 “설계기간도 짧기 때문에 위험 부담도 많다”고 말했다.
한종 관계자는 “실비정액가산방식으로 책정됐는데 기본계획 수립 당시 선정된 설계비와 차이가 있다”고 전했다.
통상 실비정액가산방식은 공사의 특성과 난이도 등을 반영한 대가 산정이 가능해 설계비가 높게 책정된다. 다만 공항의 경우 산출기준이 없어 국토부와 업계의 의견이 갈렸다.
가덕도 신공항 부지조성공사의 경우 항만 분야 산출 기준을 준용해 설계비가 산정됐다. 공항은 일반적인 토목 설계와 다르게 복합공종으로 이뤄지는 특수성을 지녔다. 이 같은 사항이 산출 근거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으면 대가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취재 결과 국내 주요 엔지니어링사의 공항 부서는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에 책정된 설계비 산출 근거를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계비를 두고 국토부와 업계가 평행선을 달리는 배경이다.
국내 공항 사업에 참여했던 A사 관계자는 “통상 공항 사업 설계비는 공사비요율방식으로 진행됐고 인천국제공항도 마찬가지였다”며 “이례적으로 실비정액가산방식으로 설계비를 책정했으면 알맞은 대가를 내놔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B사 관계자는 “이번 사업은 해안가 연약지반에 지어지는 사례로 다양한 신공법 적용이 불가피하다”며 “항만 기준을 준용해 적용하면 당연히 공항 사업이랑 맞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유신과 한종이 빠지면서 이산과 동부가 빈자리를 채웠다. 공항 분야 실적을 쌓기 위해서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C사 관계자는 “공항 실적을 쌓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앞으로 국내에 남은 공항 사업이 몇 개 없는데 TK신공항이나 제주 제2공항이 제대로 추진될지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 이산은 공항 사업 참여에 적극적이다. 최근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공사를 수주하며 공항 분야에 힘을 주는 모습이다. 이산 관계자는 “참여사끼리 지분이나 설계비에 대한 논의를 더 해야 한다”면서도 “설계비가 깎인 것은 맞지만 내부적으로 원가와 투입인력을 계산했을 때 밑지지는 않는 것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실적과 관련해서는 “공항 사업에서 중요한 게 활주로, 계류장 실적이다”라며 “그동안 서브사로 인천국제공항 3·4단계에 참여했는데 이번 사업을 통해서 이런 이미지를 탈피하려고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