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지니어링데일리) 정원기 기자=현행 엔지니어링 대가 기준이 저품질 설계와 인재 이탈을 야기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 도서관 강당에서 E&E포럼 제5차 세미나가 설계·엔지니어링 사업대가 정상화를 주제로 진행됐다. 이번 포럼은 사업대가 정상화의 중요성과 현황, 문제점 등을 되짚어 보기 위해 마련됐다.
주제 발표에 나선 조훈희 고려대 교수는 “1인당 GNI가 높은 국가일수록 엔지니어링 중심의 산업구조를 가진다”라며 “밀을 재배하는 농업보다 밀을 이용해 빵을 만들어 판매하는 게 부가가치가 높은 것처럼 엔지니어링 산업의 고부가가치화는 필수”라고 주장했다.
ENR 기준 국가별 해외시장 점유율에 따르면 미국의 설계·엔지니어링 점유율은 23.2%, 시공은 6.9% 수준이다. 반면 중국의 경우에는 엔지니어링 6.3%, 시공 24.6%다. 한국 역시 엔지니어링과 시공 점유율은 각각 0.8%, 6.8%로 시공 점유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엔지니어링산업의 부가가치 창출효과 및 경쟁력이 낮은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조 교수는 원인으로 불합리한 대가체계를 지적했다. 조 교수는 “어디서부터 단추가 잘못 채워졌는지 살펴봤다”라며 “우리나라에서 적용 중인 공사비요율방식은 과거 정액적산방식에 따라 산출된 금액을 기초로 산정됐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재정 사업의 경우에는 감사라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서 비용을 명확히 하는데 주로 공사비요율에 의한 방식이 선호된다”라며 “현재 엔지니어링 업무는 단순 관리 감독에서 책임감리 등의 서비스 업무가 추가되고 법적 규제로 인한 비용이 증가됐지만 반영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조 교수에 따르면 현행 대가체계는 저품질 설계와 안전 문제를 야기하는 문제가 있다. 부족한 예산으로 인해 설계물의 품질을 담보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조 교수는 “비현실적인 대가 기준은 고급 인력 유출, 신규 인재 유입 저하를 불러일으킨다”라며 “미국과 비교할 경우 국내 엔지니어링 대가는 45.4%~60.4% 수준이고 월평균 임금은 181만4,000원 차이가 난다”라고 전했다.
적격심사 낙찰하한율 상향을 해결 방안으로 제안했다. 조 교수에 따르면 엔지니어링은 타 산업과 비교해 낙찰하한율이 전반적으로 낮다. 특히 10억원 이상 사업에서 평균낙찰하한율은 79.99%지만 공사나 물품, S/W 사업의 경우에는 평균 83.93%의 낙찰하한율을 기록했다.
패널토론에서는 사업대가 정상화를 위한 방안이 논의됐다. 이 자리에 참석한 안충환 대한건축사협회 부회장은 “국책사업의 경우 유찰이 반복되면 공사비 현실화 움직임이 있지만 이상하게 설계 분야는 빠지는 것 같다”며 “시공 따로 설계 따로 문제를 제기하는 게 아니라 함께 묶어서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문호 한국엔지니어링협회 본부장은 “발주청이 입찰공고를 낼 때 설계 내역서를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며 “무보수 설계나 저가 수주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좌장을 맡은 김한수 세종대 교수는 토론을 정리하며 “대가 기준 요율을 개선하고 낙찰제도, 발주청 디스카운트 문제 해소가 필요해 보인다”라고 밝혔다.
한편 격려 및 축사를 맡은 더불어민주당 정일영, 전용기, 복기왕 의원과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 국회 일정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국민의힘 권영진 의원은 영상 축사를 통해 E&E포럼을 응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