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하면 돼”
인터넷을 하다 보면 ‘답정너’로 불리는 대화 형태를 자주 목격한다. 예를 들어 “나 아이돌 닮았다는 소리 자주 듣는데 이거 칭찬이야?”라는 질문이 있다고 치자. 과연 질문자는 좋은 의도로 사람들이 물어봤다는 것을 진짜로 모르고 있는 것일까.
답은 높은 확률로 아니다. 듣고 싶어 하는 대답은 아마도 “트렌디한 이미지” “준수한 외모”일 것이다. 이처럼 답정너는 주로 자신이 듣고 싶은 대답을 미리 정해 놓고 상대방에게 질문을 하여 자신이 원하는 답을 들을 때까지 하는 대화를 일컫는 말이다.
핵심은 원하는 대답이 나올 때까지 대화가 진행된다는 점이다. 표면적으로 소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본인이 만족하는 대답이 나오지 않으면 대화는 같은 주제를 반복하며 제자리걸음을 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답정너를 만나면 상당히 골치 아프다. 시간은 시간대로 쓰지만 정작 바뀌는 건 없기 때문이다.
불행히 엔지니어링산업에도 답정너는 존재한다. 최근 전국적으로 기술형 입찰 사업 유찰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문제는 조건 변경 없이 재공고만 반복하면서 사업이 지연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가덕도 신공항 부지조성공사가 그렇다. 단군 이래 최대 토목공사로 꼽힐 정도로 총사업비만 13조5,000억원에 달하지만 유찰만 벌써 네 차례 이뤄졌다. 사업 규모나 상징성을 고려해 제때 사업을 추진하는 게 중요하지만 낮은 사업비, 공기 단축이라는 답을 정해 놓고 업계의 목소리는 외면하고 있으니 사업은 답보 상태에 빠져있다.
결국 꺼낼 수 있는 카드는 수의계약이다. 실제로 턴키 방식의 계양-강화 고속도로 건설공사 7공구는 네 번의 유찰 끝에 수의계약으로 전환되기도 했다.
다만 가덕도 신공항 부지조성공사의 경우 이마저도 자가당착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줄곧 경쟁입찰을 고수해 왔고 수의계약 목소리가 나올 때마다 다른 절차를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다만 국토교통부는 정말 유찰 사태가 지속될지 몰랐을까. 알고 그랬다면 그야말로 후안무치이고 설사 몰랐더라면 심각할 정도로 무능한 것이다. 1차 입찰 무응찰, 상위사의 뚜렷한 불참 의사 등 사실 유찰 징후는 뚜렷했다.
오죽하면 공항 분야에서 네 손가락 안에 드는 기업들이 모두 발을 뺐다. 저가 수주를 하면서까지 사업에 참여하는 게 이 바닥 특징인데 이번에는 조용하다. 결국 사업은 진척 없이 지난 4개월을 허송세월한 셈이 됐다. 이 분야 전문가인 토목 시공·설계사들의 말은 무시한 채 자존심만 부리다가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찌저찌 사업은 시작될 것이다. 기존의 입장대로 재공고를 고집해 경쟁입찰을 구성하든 비판을 감수하고 수의계약을 체결하든 말이다.
지나간 시간은 다시 되돌릴 수 없다. 공고와 유찰, 재공고를 반복하면서 4개월이란 시간이 흐른 가운데 어느덧 올해가 넉 달도 남지 않았다. 개항까지 갈 길이 먼 만큼 일부러 유찰시키는 행정을 의도한 게 아니라면 이제는 업계의 불만이 무엇인지 눈치를 챙겨야 한다.
지자체 공무원분들 한번걸리면 연금이고 뭐고 없다!
몇몇 가장 선두에 선 용역사들요! 한번이 두번되고 두번이 세번되는법! 그러다가 입찰방해죄로 1년 입찰
못하면 어케되는지 알지? 다들 조심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