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 “현행 제도서 로비 근절 불가능…폐지가 답”

(엔지니어링데일리)조항일 기자=최근 국토부가 제2기 종심제 통합평가위원회 구성과 함께 공개한 종심제 개선안을 두고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형 종심제에서는 로비근절이 불가능한만큼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6일 건설엔지니어링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토부는 기관에서 추천받은 1,341명의 후보자 중 316명의 종심제 평가위원을 선발했다. 이들의 임기는 오는 9월부터 2026년 8월까지 2년간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평가위원 선발은 그동안 종심제의 폐해로 지목돼 온 로비와 금품수수 등의 문제를 감안해 청렴성을 최우선으로 했다. 세부적으로는 ▲1차 서류검증 ▲2차 성실·품위 유지의무 위반 ▲3차 심의이력 활동내역 및 퇴직연한 ▲4차 추가 검증 등의 절차를 거쳤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유례없는 4단계 검증’이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투명성을 강조했다. 또 셀프추천을 금지하고 공공기관, 국립대, 주요 학회 등 기관장 추천을 받도록 했다. 성실·품위 유지의무 위반, 수사진행 중인 사람 등도 제외시켰다.
업계에서는 이번 대책에 대해 상당한 허탈감을 느끼고 있다. A엔지니어링사 대표이사는 “보도자료를 다 읽어보지 않고 버렸다”면서 “들으나마나 한 얘기를 과대포장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B엔지니어링사 대표이사는 “상식적인 수준에서 당연히 해야할 것들을 대단한 혁신처럼 얘기하고 있는데 그동안 얼마나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면서 “국토부 얘기대로라면 1기는 검증을 거치지 않은 부패한 집단이었다는 걸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게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2기 구성에 대해서 업계나 외부기관의 조율 없이 국토부, 발주청끼리 앉아서 만든 시스템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라면서 “평가위원 선발도 정성평가로 뽑힌건데 신뢰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또 “셀프추천 금지는 당연한 것이고 추천제도 공정, 투명과는 상관이 없는 것”이라고 했다.
국토부는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청렴교육을 실시하고 종심제 심의 직전에 선정된 위원에 대해 추가적인 교육도 실시한다고 밝혔다. A사 대표이사는 “종심제의 부작용이 청렴교육을 안받아서 생긴것인가”라면서 “해법이 대단히 1차원적이면서 시대착오적”이라고 강조했다.
국토부는 이번 평가위원회 구성에 대해 젊어진 나이대를 언급하기도 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1기 위원회에서는 50대가 74.1%로 가장 많았지만 2기에서는 50대를 56%로 줄이고 40대 비율을 38.6%로 올렸다. 젊은층일수록 로비와 거리를 둔다는 근거없는 인식을 평가위원 선발에 적용한 것이다. B사 대표이사는 “40대는 청렴하고 50대는 그렇지 않다는 얘기인가”라면서 “단순히 나이대를 가지고 청렴할 것이라는 정성적이라 생각하는 것 자체가 유머”라고 설명했다. C엔지니어링사 대표이사는 “젊은층이 로비같은 것들에 있어서 조심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결국에 한 자리에 오래있으면 부패해지는 것은 똑같은데 굉장히 아마추어적인 발상”이라고 말했다.
이번 평가위원 구성에 있어서 국토부는 단 한번도 건설 심의에 참여한 적 없는 신규 위원들이 대거 진출해 공정한 심사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C사 대표이사는 “국토부 스스로 투명성을 위해 전문성을 버리겠다고 하고 있지 않나”라면서 “이번 대책이 얼마나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평가제도 개선 추진안도 공개했다. 핵심은 평가지표를 개선해 정성평가 항목 중 수치화가 가능한 것들은 정량평가화 하고 총점차등제도 손본다는 내용이다. 건축업계 비리에서 밝혀진 표식 사용에 대해서는 당해 심의 탈락조치 및 3~6개월의 입찰참가 제한 등 처벌도 강화하기로 했다. D엔지니어링사 대표이사는 “모든 문제의 원인이 정성평가에서 생기는 것인데 단순히 수를 줄이는게 의미가 있겠나”라면서 “총점차등제도 어떤식으로 바꾼다는 것인지 정확하지 않지만 업체에게 유리한 방향은 아닐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 종심제 심의결과를 온라인 턴키마당에 영구적으로 공개하고 사후평가도 강화한다는 내용에 대해서도 지적이 나왔다. 온라인 턴키마당은 로비차단을 위해 턴키사업 이후 심의위 평가를 공개한 시스템이다. D사 대표이사는 “지금 턴키시장에 로비가 없는가”라면서 “평가가 공개돼 특정업체에 대한 밀어주기 의혹이 있다 하더라도 당사자 생각이 그러했다고 해버리면 그만인 것”이라고 말했다.
심의위 구성 비율을 내외부 50%로 맞춘다는 대책도 도마위에 올랐다. 이 관계자는 “외부위원의 다수를 차지하는 교수들에 대한 로비가 빈번한 상황에서 내외부 비율을 어떻게 구성하는가는 큰 의미가 없다”면서 “교수들은 연구비 마련을 위해 공무원 못지 않은 금액을 요구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고 귀띔했다. 이어 “그들은 공무원이 아니라 별도 규정이 없어 눈치를 보지도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국토부가 외부위원에 대한 공무원 규정을 적용하겠다고 했지만 사실상 평가위에서 해임하는 게 전부라는 추측이 나오는 이유다.
아울러 국토부는 로비 등 불공정 행위 업체에 대한 제재규정을 강화하고 당일에 선정되는 위원의 명단 비공개, 준법감시원 배치 등으로 비리를 차단하겠다는 대책도 눈가리고아웅이라는 지적이다. D사 대표이사는 “심사위원 명단 비공개는 지금도 하고 있지만 이미 다 파악이 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업체에 대한 제재를 끼워넣으면서 종심제 폐단의 원인을 업체로 몰아가기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현행 제도를 폐기하는 것이 답이라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E엔지니어링사 대표이사는 "한국형 종심제에서 기술력이 사라진 것은 이미 오래전 일"이라면서 "종심제는 개선이 아닌 폐지로 가야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