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지니어링데일리) 정원기 기자 = 차량이 줄지어 다니는 도로 위, 우체국 소형 택배차를 연상케 하는 자동차가 천천히 달리고 있다. 지난 21일 서울 은평구 디지털미디어시티역 인근에 등장한 카트는 바로 지표투과레이더(GPR)다.
‘서울시 땅꺼짐 탐사대’라는 문구가 적힌 자동차는 시속 5~30km로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차량 내부에 탑재된 모니터에는 지하 공동 발생 여부를 알려주는 디지털 이미지가 실시간으로 표출되고 있었다.
서울시 도로관리과 관계자는 “차량 하부에 GPR 탐지기가 부착됐다”며 “도로를 지나가면서 상·하수도 관로 등 지하에 있는 구조물을 파악하고 땅 속에 있는 빈 구멍을 확인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지하 공동은 싱크홀, 즉 땅꺼짐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싱크홀은 도로 위 시한폭탄으로 거론되는 만큼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해 8월 연희동 4차선 도로에서 발생한 사고가 대표적이다. 사고 발생 직전 도로를 달리던 차들이 꿀렁이는 장면이 포착됐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도로가 내려앉았다.

본격적인 탐사가 시작되자 GPR 차량은 순식간에 모습이 바뀌었다. 차량 하부에는 GPR 탐지기가 모습을 드러냈고 자동차 지붕에는 작업 현장임을 알리는 메시지와 주의 표시가 등장했다.
GPR은 주로 서울과 같은 도심에서 사용된다. 전자파를 이용해 지하구조를 파악하고 지하시설물을 측량하는 비파괴탐사법이어서다. 지표면에서 지하로 전자파를 방출한 뒤 반사돼 오는 반사파를 기록·분석해 지반침하를 탐지하거나 지하구조물을 영상화할 수 있어서 교통체증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
실제 이날 GPR 탐사가 시행된 곳은 교통 혼잡지로 꼽히는 디지털미디어시티역 인근이었다. 왕복 4~8차로가 늘어선 곳으로 서울 지하철 6호선과 경의·중앙선, 인천국제공항철도가 교차하는 환승역이 있어서 유동 인구가 많다.

탐지가 빠른 것도 장점이다. GPR이 탐색을 마친 구역은 실시간으로 결과가 모니터에 전달된다. 노면 영상과 평단면, 종단면 이미지가 나왔다. 차량에 탑승한 전문가는 레이더그램 결과를 토대로 이상 신호 분석 및 공동 발생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도로관리과 관계자는 “최근 서울시 지반침하 발생은 지난 2016년 57건에서 지난해 17건으로 약 70% 감소했다”라며 “현재 서울시가 보유한 GPR 장비와 민간 GPR 장비를 교차 점검 후 결과를 비교 분석해 정확성을 높여 나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차량 진입이 불가한 곳은 보도용 GPR 카트가 조사를 실시한다. 좁은 골목길이나 보행자용 도로가 탐색 대상이다. 차량에 부착된 GPR과 동일한 성능을 보이지만 관측 범위가 비교적 짧다. 쉽게 말해 차량용의 경우 GPR 수십대가 동시에 여러 범위를 관측하는 것이다.
보도용 GPR은 공사장 주변 보도에서 주로 활용된다. 이날 점검도 대단지 아파트 시공 현장 근처에서 이루어졌다. 하수관 파손이나 지하수 유출로 인한 싱크홀 위험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다.
GPR 탐사 및 사업 발주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5년에 1회 이상 실시하는 가운데 서울시는 정기점검과 특별점검으로 구분해 탐사를 강화하고 있다.
도로관리과 관계자는 “특히 굴착 공사장 주변을 대상으로 월 1회 탐사를 시행 중이다”라며 “현재 정기점검 및 특별점검 발주와 관련해 타당성 심사ㆍ평가와 같은 사전절차가 이행 중이며 오는 3월에 시행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