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도심의 발달과 사유재산권 침해, 도시의 균형적 발전으로 인해 지자체가 군부대 이전을 위한 기부대양여 사업을 요구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기부대양여 사업은 사격장 등 소음 문제를 해소하고 단절됐던 지역 자원을 연결한다. 종전 군사시설 보호구역 지정 해제로 인한 도시 발전을 통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에도 기여한다. 사업은 원활한 군작전 수행을 통해 국방을 더욱 강화하는 초석이 된다. 즉 기부대양여 사업을 통해 도시 발전과 군사작전 환경 개선을 동시에 이뤄낼 수 있다.
그러나 기부대양여 방식의 군부대 이전 사업은 건설 경기 악화로 인해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 기부대양여 사업이란 지자체가 군부대 이전에 필요한 시설을 건설해 국방부에 기부하면 해당 부지의 소유권을 넘겨받는 방식을 말한다. 쉽게 말하자면 헌집 줄게 새 집 다오이다. 대표적으로 용산 미군기지 평택 이전 사업이 기부대양여 사업으로 약 3조4,000억원이 투입됐다.
사업은 지자체의 요청으로 시작돼 국방부의 검토와 승인을 거친다. 지자체가 군사시설 이전 협의를 요청하면 해당 군본부와 합동참모본부의 작전성 검토, 국방부와 지자체 간 합의각서 체결, 사업시행자 지정까지 순조롭게 진행된다. 그러나 이후 사업 시행자인 지자체가 특수목적법인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최근 건설 경기 악화와 자재비 상승 등의 이유로 시공사가 사업 참여를 꺼리고 있다. 기부대양여 사업 추진 체계는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사업 협약 단계부터 난관에 봉착한다. 최근 인천시의 기부대양여 사업 또한 사업의 실시단계에서 SPC를 찾지 못하고 있다.

기고문에서는 기부대양여 방식으로 수행 완료된 39·35사단 사례와 인천시와 대구시가 맞닥뜨린 난관, 해결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1990년대 초 창원시는 40년 가까이 임무를 수행해온 39사단에게 사유재산권 침해와 택지 난립 등을 이유로 외곽 이전을 요구했다. 2005년 5월 창원·함안 국회의원, 시장, 군수, 39사단장 등이 “39사단 이전 부지를 함안 군북면 동촌·소포리 일대로 최종 확정했다”고 발표하면서 이전 사업이 시작됐다.
이전 부지 확정 후 부지 면적을 많이 요구하는 군과 적게 제시하는 지자체 간에 이견이 있었다. 군이 하동군에 위치한 공용화기사격장을 함안 지역으로 함께 이전할 것을 요구하자 지역 주민들은 사격장 주변의 유탄으로 인한 안전 문제를 우려해 이를 반대했다. 이를 합의한 끝에 2008년 11월 창원시와 군부대 간 기부대양여 방식의 합의각서가 체결됐다.
이후 39사단 이전사업은 원활한 협업으로 큰 갈등이나 마찰 없이 추진됐다. 시공사는 2012년 8월 공사를 시작해 2015년 마무리했고 39사단은 2015년 6월 부대 이전을 완료해 임무 수행 중이다.
전주시는 외곽에 위치한 35사단이 도시 확장에 방해가 된다고 판단해 1991년 국방부에 이전을 요구했다. 국방부의 미온적 대응에 전주시는 국방부와 국회에 재차 이전을 요구했다. 결국 2002년 기부대양여 사업으로 이전을 협의했다. 2004년 군과 지자체는 부대 이전 기본합의서를 썼고 후보 지역으로 완주군과 임실군이 고려됐지만 결과적으로 2005년 11월 임실군으로 모든 군 시설을 이전하는 것으로 합의각서를 다시 썼다.
임실군 이전이 결정되자 주민들은 보상, 주민 의견 무시, 군사시설로 인한 피해 등을 이유로 사업에 반대했다. 그런데도 국방부는 2007년 실시계획을 승인했고 임실군 주민들은 환경영향평가를 방해했다. 2009년에는 실시계획 무효확인소송과 공사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제기됐다. 법원은 집행정지 결정을 내려 공사를 중단시켰다. 국방부는 대법원에 상고해 2012년 승소함으로써 부대 이전 반대 주민들과의 법적 분쟁을 끝냈고 35사단은 2014년 1월 임실군으로의 부대 이전을 완료했다.
39사단과 35사단의 이전사업은 각각의 배경과 진행 과정에서 다양한 갈등과 협의가 있었으나 성공적으로 완료됐다.
최근의 경우는 다르다. 인천시는 2019년부터 도심에 있는 제3보급단, 507여단 등의 군부대를 17사단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인천시는 종전 부지에 도시개발사업을 추진하지만 시공사를 찾기 쉽지 않다. 건설 경기 악화와 자재비 상승 탓에 시공사들이 수익성 문제를 이유로 참여를 꺼리고 있어서다. 사업 표류 위기에 봉착한 인천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정사업으로 전환하거나 국방부 특별회계를 통해 사업비를 조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기부대양여 사업 특성상 재정 투입에 대한 형평성과 선례 부족으로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고 있다.
대구시는 2022년부터 한국군 부대와 미군 부대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한국군 부대를 군위군 일대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5조원 규모다. 한국군 부대는 육군 제2작전사령부, 제50사단사령부, 제5군수지원사령부, 공군 제1미사일방어여단, 방공포병학교 등 5개 부대다. 미군 부대는 캠프 워커, 캠프 헨리, 캠프 조지 등 3개 부대다. 현재 합의각서 체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지만 건설경기가 나아지지 않는다면 대구시도 2-3년 후 SPC 공모 단계에서 시공사를 찾지 못할 수 있다. 수년간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
기부대양여 사업에 대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단순히 지자체에 맡길 것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개입과 지원이 요구된다. 국방이라는 국가 전략적 자산 측면을 고려해 재정적 형평성이나 선례 부족만을 이유로 사업의 추진을 머뭇거려서는 안 된다.
해결방안은 첫째 국가가 일정 부분 재정적 지원을 제공하거나 대출을 보증, 특별회계를 지원해야 한다. 둘째 기부대양여 사업 특별법을 제정하거나 국방부 대체시설 기부채납에 따른 양여사업 훈령, 국유재산 기부대양여 사업관리 지침 등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셋째 지자체는 기부대양여 사업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계획단계부터 기부대양여 사업에 대한 경험과 전문성을 가진 프로젝트 관리 전문가를 활용해야 한다. 사업성 분석, 재원 조달방안, 부지개발 계획 등 사업 전반을 연속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기부대양여 사업은 도시의 균형 발전과 국방력 강화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중요한 사업이다. 그러나 최근 건설 경기 악화로 시공사들이 참여를 꺼리고 있어 제도적 테두리 내에서 지자체의 역량만으로는 사업을 추진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국가 차원의 지원 및 법적 근거 마련, 사업을 총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전문가 활용을 통해 이러한 난관을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다 된 밥에 코 빠뜨리는 상황을 방지하고 민관협력 상생모델로 접근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