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시공분, 결정된 사항 없어”

(엔지니어링데일리) 정원기 기자=서울시가 연말 착공을 목표로 추진 중인 주요 도심지 빗물배수터널 사업이 인허가 문제로 인해 내년으로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4일 엔지니어링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강남역ㆍ도림천ㆍ광화문 일대 대심도 빗물배수터널 건설공사에 대한 실시설계 적격자 선정이 마무리됐다.
A엔지니어링사 관계자는 “대심도 빗물배수터널 효과는 이미 입증됐다”며 “2022년 여름 폭우로 강남역 일대에 대규모 침수 피해가 발생했지만 빗물터널이 있는 신월동 일대는 침수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강남역ㆍ도림천ㆍ광화문 일대 등 상습침수지역을 대상으로 대심도 빗물배수터널 사업을 추진하는 배경이다. 지하 40~50m 깊이에 빗물 저장탱크를 만들어 시간당 100mm 호우를 견딜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 주요 도심지 대심도 빗물배수터널 건설공사의 목표 착공 시기는 올해 연말이다. 물리적인 시간으로 따지면 약 2개월 정도 남은 셈이다.
다만 업계의 시각은 부정적이다. 사업 추진 의지가 아니라 인허가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미 3~4차례 유찰을 거듭한 뒤 수의계약이 이뤄졌기 때문에 사업이 지연됐다.
해당 사업에 설계사로 참여하는 B사 관계자는 “지하안전평가를 아직 하지 않았기 때문에 착공을 논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VE가 반영된 성과품을 토대로 지하안전평가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실시설계 승인, 착공까지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C사 관계자는 “사업비를 증액할 만큼 서울시의 사업 의지는 분명하지만 유찰되면서 완공 시점이 1년 밀렸다”며 “굴착으로 인한 지반침하 및 지하수 유입량을 평가한 뒤 계측이나 수치해석과 같은 보완사항이 많을 경우 지하안전평가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착공 시기를 내년 하반기로 예상하고 있다. 지하안전평가는 통상 2~3개월 소요되고 협의 및 조건부 동의를 고려하면 6개월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D사 관계자는 “사업대상지를 보면 국공유지여서 공사가 시작되면 딜레이 될 가능성은 낮지만 올해 착공은 물리적으로 안 된다”며 “지하안전평가를 FM대로 한다면 3개월, 급하게 하면 2개월 걸리는데 짧은 기간 내에 처리하다 보면 성과품 퀄리티가 떨어져서 보완사항이 상당히 많아진다”고 전했다. 착공이 밀리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본공사에 앞서 우선시공분에 대한 착공이 이뤄질 가능성은 남아있다.
E사 관계자는 “실질적 착공은 내년 여름 예정이지만 터파기, 흙막이 가시설, 부지 정리 등 기본적으로 할 수 있는 공사는 우선 시행될 수 있다”며 “서울시가 공사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서 추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선시공분은 우리가 말하는 터널 공사와는 거리가 있는 공종인데 이것도 결정된 사항은 없다”며 “계획단계에서 나온 얘기로 아직 계약이 이뤄지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F사 관계자는 “사업 주체가 서울시여서 증액이 이뤄졌다고 평가하긴 하지만 궁극적으로 착공 지연의 원인은 유찰이다”라며 “우선시공 여부를 떠나서 본공사는 내년에 이뤄지고 예측설계 단계에서는 지반조건 차이도 있기 때문에 완공 시기가 2028년보다 늦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