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 “오너 부동산 가치 상승 목적”
(엔지니어링데일리) 정원기 기자=엔지니어링업계가 기업 이미지를 바꾸고 사옥을 이전하는 등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오너 일가의 자산 증대가 목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엔지니어링업계에 따르면 유신은 역삼동에 있는 강남역사옥을 매각하고 양재동으로 본사를 옮길 예정이다. 이로써 국내 엔지니어링업계 상장 3사 모두 2010년 이후 신사옥으로 거처를 옮기게 됐다.
사옥 이전 배경으로는 업무 효율성 증대가 꼽힌다. 현재 유신의 임직원은 1,800명이 넘어 업무 공간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강남역사옥과 본사 인근 빌딩 등을 임차해 부서를 운영하고 있어 편의성이 떨어졌다.
유신 관계자는 “임직원 수 증가로 외부 건물을 임차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지난해부터 사옥 이전을 검토했다”며 “업무 효율성 증대와 임차료 감소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현기술단도 최근 사옥을 과천정보지식타운 과천E타운으로 이전하고 CI 변경을 마쳤다. 기존 철도 전문 엔지니어링사 이미지에서 탈피하고 업역 확대를 위해 서현으로 바꾼다는 방침이다.
직원 10명으로 시작한 서현은 현재 390여명으로 임직원 수가 크게 늘었다. 지난 2018년 경기 과천시 과천지식정보타운 지식기반산업용지 공급 공모를 통해 사옥 이전을 추진했다. 2009년 가산디지털단지 사옥 이전, 2012년 인덕원사옥 이전 등 이번이 세 번째다.
엔지니어링업계는 사업 규모가 커지면서 사옥을 이전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선진엔지니어링과 경동엔지니어링은 과천지식정보타운에 신사옥을 지어 입주했다. 또 동명기술공단은 동대문구 제기동과 용두동 일대 7개 사무실에서 강동구 고덕비즈밸리 신사옥으로 둥지를 옮겼다.
이사가 예정된 곳도 있다. 서영엔지니어링은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사무실을 용인 흥덕지구 경기신문 신사옥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신사옥 이전은 경영 개선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떨어져 있던 사업부를 한데 모아 운영할 수 있어 시너지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업계는 매년 신규 인력을 채용하면서 임직원 수가 급격히 늘었다. 부족한 사무 공간을 채우기 위해 대부분의 엔지니어링사는 본사 인근 빌딩을 임차해 부서를 운영하는 상황이다.
임차료 절감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엔지니어링산업의 시장 규모는 매년 성장세지만 이에 발맞춰 비용 역시 증가하고 있다. 대형사의 경우 매년 20억~80억원의 임차료를 지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의 20~30%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영업이익률 악화 요인 중 하나다.
업계 관계자는 “임차료 절감을 통해 재무제표상에서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자산 증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며 “사옥을 담보로 자금을 대출받을 수도 있어 현금 유동성에 도움 된다”고 평가했다.
오너 일가가 보유한 건물을 해당 기업이 임대로 들어가거나 매입하는 일도 있다. 이때 빌딩 가치 상승으로 수년 치의 영업이익을 웃도는 차익을 얻기도 한다. 실제 A기업의 최근 3개년 평균 영업이익은 150억원 수준이지만 사옥 매각으로 영업이익의 126%에 해당하는 차익을 실현하기도 했다.
B사 관계자는 “기업 가치가 엔지니어링사가 소유한 건물 및 토지 가격보다 낮게 형성돼 기업 가치 제고보다는 다른 곳에 눈을 돌리는 것 같다”며 “업무 효율화나 임직원 편의성 증대는 명분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C사 관계자는 “본업에서 내는 수익보다 부동산 수익이 더 크다는 게 증명된 것”이라면서도 “기존 건물을 매각해도 새로운 사옥을 짓거나 구매하는 비용이 나가기 때문에 전액을 수익으로 잡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