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영국은 산업혁명을 통해 전세계의 환경을 파괴해 놓고 이제는 우리를 가르치려 드느냐”
얼마전 BBC와 인터뷰에서 모하메드 이르판 알리 가이아나 대통령이 “숲이 많다고 해서 탄소가 배출되는 원유를 채굴하는게 맞느냐”고 물은 기자에게 날린 일침이다. 가이아나는 최근 110억 배럴의 유전이 발견되면서 5년 사이 GDP가 4배 늘었고, 1인당 원유보유율이 전세계 1위가 되는 로또를 맞았다.
최근 영국은 경기침체로 240만명의 어린이들이 유니세프를 통해 밥을 얻어먹고 있다. 한때 전세계를 호령했던 대영제국 입장에서는 수치스러운 일이다. 주요산업이었던 금융도 브렉시트로 나락을 가고 있고 사실상 유일한 돈줄인 북해유전도 말라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이아나 유전이 터져 유가가 내려갈 것 같으니 올바름 전도사에 제국주의 신사에 빙의해 가이아나 대통령에 훈장노릇을 하다가 전세계적으로 창피를 당한 것이다. 영미권을 위시한 선진국은 200년에 걸쳐 산업화를 이뤘고 전세계의 기득권을 차지했지만 개발도상국이 산업화를 시작하니까 환경보호라는 명분을 내세워 갖가지 정치적 올바름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상 온난화는 핑계고 기득권 유지가 실제인 셈이다.
한국엔지니어링업계의 역사는 70년에 달하고 있다. 그래서 제국주의열강과 같이 BIG5로 대변되는 대형사가 존재한다. 이 대형사그룹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각자의 치열한 경쟁을 펼쳤고 한때는 강성했다가 사라진 곳도, 소규모에서 역전에 역전을 거듭해 BIG5안에 들어간 곳도 있다. 대형사 입장에서는 현재의 체재가 유지되기를 바래왔고 현재까지도 상당량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경쟁이란 것은 끊임이 없어서 중소, 중견급에서 계속해 기존 세력에 도전을 해왔다. 그 결과 현재는 사실상 대형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곳도 상당하다.
문제는 기득권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무리수가 동반된다는 점이다. 최근 신흥세력으로 부상한 A사는 LH를 필두로 공격적인 전략을 펼치고 있다. 즉 모기업의 지원을 통한 영업, 그리고 기술형입찰시장에 필요한 인력을 보유하기 위해 통상보다 상당한 임금을 제시하고 있는 것. 공격 예봉이 워낙 날카로운지 상위권사를 중심으로 A사를 견제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 상위권들은 “지나친 영업은 업계의 공멸을 가져올 것이므로 시장질서를 교란하는 행위는 단죄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다르게 생각해보면 현재 상위권 회사도 A사 같은 경쟁을 통해 기득권에 안착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영업을 안 하냐고 묻는다면 그렇지도 않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A사나 기존 상위사나 오십보백보 수준이다. 더욱이 임금을 높이든 영업력을 높이든 그것은 자본주의 체재에서 A사의 자유일뿐으로 기존 상위사들이 왈가왈부할 필요도 이유도 없다.
그들은 공격적인 영업과 고임금의 인재영입을 계속하면 결국 망한다고 한다. 그 또한 문제가 생기면 A사가 처벌을 받으면 그만이고 경영이 부실해 망하면 그대로 사라지면 된다. 공격적인 영업에 대한 힐난도 이어지는데, 대형사간 공동도급이 되지 않는 LH사업만 놓고 보면 주요사 5~6개만 “우리 이제 과당경쟁을 하지 말고, 문제를 일으키는 곳은 업계에서 퇴출될 수 있도록 하자”라는 협약만 맺는다면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도전자는 도전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 최근 10년간만 봐도 3~4개사가 지금 A사와 같은 방식으로 대형사급의 반열에 올랐으니 말이다. 물론 논리와 시장상황을 고려하면 기존 기득권사의 주장이 맞다. 문제는 말은 맞지만 너가 할 말은 아니라는게 문제다.
정장희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