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건설엔지니어링 깜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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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건설엔지니어링 깜냥
  • 조항일 기자
  • 승인 2024.05.14 09:4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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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해외부패방지법(FCPA)은 기업이 이득을 보기 위해 해외에서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다가 걸리면 부정한 수익의 2배를 과징금으로 물린다. 표면적으로는 국내법이지만 나스닥 상장사거나 미국업체와 컨소시엄을 한 회사, 미 은행 전산망을 통해서 뇌물을 수수한 업체 등 외국 기업에게도 적용되는 초국가적 법이다. 부정부패 과정에 조금이라도 미국이 엮여 있으면 불법으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사실상 미국의 자국기업보호를 위한 것으로 해석하는 게 일반적이다.

중국에서는 궈차오가 열풍이다. 글로벌 브랜드 제품을 구매하는 대신 중국 기업이 만든 상품을 구입하고 사용하자는 일종의 물산장려운동이다. 중국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애국소비가 확산된 결과 알리바바, 테무, 쉬인 등 기업이 전세계를 집어삼키고 있다. 이들뿐이 아니다. 전세계가 소련 붕괴 이후 부활한 신냉전시대에서 계산기를 두들기며 자국 이익을 최대화하려는 게 현재 국제 정세다.

한국은 자국기업 우선주의 트렌드에서 한 발 물러나 있다. 수출중심 국가라는 한계에 반도체, 자동차와 같은 중추산업이 아니면 정부가 울타리를 쳐주지 않는다. 건설분야에서는 10대 시공사가 아니면 해당사항이 없다.

특히 건설엔지니어링업계는 정부의 자국기업보호에 낄 깜냥이 되지 않는다. 엔지니어링은 그저 말이나 잘 듣고 주는 일이나 잘 하면 된다는 의식이 깔린 지 오래다. 용어를 엔지니어링으로 바꾼지가 언젠데 여전히 그들의 기분에 따라 용역이 되기도 한다. 이름이 기억되길 원하면 로비를 하고 남보다 값싸게 일을 따면 된다.

건설엔지니어링업계의 쓰임새는 사고발생시에 있다. 특히 처벌위주의 대한민국 사회에서 공무원들이 빠져나가기 위한 제물로 제격이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영역이라는게 핵심이다. 정부는 문제가 생길때마다 건설을, 정확히는 건설용역업체를 토건족, 건피아라면서 사회에서 뿌리뽑아야 할 존재로 인식시킨다. 대다수가 그저 더럽고 힘든일 하는 3D업종, 노가다로 생각하는게 일반적이니 정부의 프로파간다는 입맛에 딱이다. 그러니 막 대해도 된다는 생각이 기저에 깔려있다. 사고때마다 규제가 양산돼도 공무원에 대한 처벌이 없는 건 엔지니어링이 있기에 가능하다.

국가와 국민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산업인만큼 밖에서는 사실상 나홀로 싸움을 해야한다. 특히 토목 선진국들과 경쟁할 기술력을 갖췄음에도 조국에서 받은 처분, 벌점이 발목을 잡아 놓치는 프로젝트가 허다하다. 공무원들의 안위를 지키고자 만든 법안들이 해외에 나가면 엔지니어링사의 등에 칼을 꽂는 셈이다.

정부가 말하는 고부가가치 엔지니어링은 창의가 최대의 요소다. 규제가 최소화됐을 때 창의는 극대화된다. 처분도 줄여야 한다. 부당한 잘못을 못본체 하라는 게 아니다. 규제와 처분을 피하기 위해 들이는 시간이 정상적인 경영활동보다 많은 현실을 타파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저렇게 상황을 봐줘도 한국은 세계시장에서 열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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숑숑 2024-05-17 08:49:55
공무원 우월주의 대한민국

엔지니어링 2024-05-14 12:32:15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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