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스탠다드에 정확히 역행, 현장안전 현시점보다 악화돼
(엔지니어링데일리)정장희 기자= 가시설까지 설계하라는 건설기술진흥법 시행규칙이 이달 15일 이후 시행에 들어가면서 엔지니어링업계가 대거 반발하고 나섰다.
8일 엔지니어링업계에 따르면 국토부 기술기준과가 행정예고한 건설공사 설계도서 작성기준 개정안에 216개의 반대의견이 개진됐다며 하지만 현장을 모르는 공무원과 관련단체들의 안일한 대처로 이번 법안은 사실상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2013년 9월 새누리당 김태흠 의원이 발의한 이 법안은 지난 1월6일 '건진법 48조 설계도서의 작성 등 구조물(가설구조물)을 포함 구조검토를 해야 한다'는 조항이 삽입되며 개정됐다. 현장상황과 전문건설사의 자재현황에 따라 천차만별로 바뀔 수 있는 가시설을 시공사 선정 이전에 설계하라는 이 법안은 그러나 가시설을 '시공사가 책임지는 것은 문제'라는 건설관련 단체측 주장에 그대로 통과됐다.
가시설법이 통과되자 구조업계는 48조5항에 대한 삭제를 요청했다. 국토부 측도 업계의 의견을 들어 토목구조기술회, 건설기술관리협회, 건설협회, 가설협회, 한국도로공사, LH공사 등으로 T/F를 꾸렸다.
업계 관계자는 "토목구조기술사회, 건설기술관리협회, 건설협회 등 업계T/F 관계자가 참여한 회의에서, 이 법안의 찬성측이었던 건설협회조차 논리에 밀려 현장에서 가시설에 대한 구조검토를 하는게 옳다고 했다"면서 "최소한의 상식선에서 판단하면 답이 나올 문제를 가지고 T/F를 구성한 것이 아이러니"라고 했다.
하지만 국토부 내부의 결재과정에서 번복이 되었다. 국토부에서도 기술직은 이 터무니없는 법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삭제하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행정직 출신인 국장급 결재라인에서 원안대로 추진하라고 명령하면서 T/F의 의견은 묵살되고 말았다고 T/F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국토부는 지난달 22일 TF회의를 소집하고 '시공전 재검토․재설계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비계, 거푸집 및 동바리는 개략 구조검토 가능'이라는 문구을 만들어서 제시했지만 토목구조기술사회와 건설기술관리협회는 실시설계라는 것은 시공을 하기 위한 설계인데 '개략'은 있을 수 없다면서 거푸집,비계,동바리에 대한 항목의 삭제를 재차 요구했다. 하지만 결국 국토부는 25일 '건설공사 설계도서 작성지침'을 행정예고했다.
TF 회의에 참석한 관계자는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사람 중 가설구조물의 구조계산을 했던 사람은 두명밖에 없었다"면서, "현재 동바리 공사비는 동바리 위에 가해지는 하중이 1톤일 때와 10톤일 때가 똑같아서 시공사가 불만을 가질 수 있으니 적정 공사비가 반영될 수 있도록 표준품셈을 개정해야한다고 국토부 회의에서 제안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전문가의 말을 듣고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보다는 '설계시 구조검토'라는 문구에 집착하는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회의를 주재한 국토부 관계자는 '여러분들의 입장을 이해하지만 우리들 입장도 이해해 달라'고 설득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하며 "어느 선의 의지인지 몰라도 그것을 따르느라 '개략구조검토'라는 황당한 단어까지 생각해내야 하는 국토부 실무진들이 안쓰럽게 보일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가시설 법안의 결국 국토부의 아집대로 통과되겠지만 정작 그들이 이야기하는 현장안전은 더욱 악화될 것이고 업계부담만 가중될 것"이라며 "무엇보다 해외진출이 지상과제가 된 이 시점에 글로벌스탠다드에 정확히 역행하는 법안을 국토부가 통과시켰다는 부담은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