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지하 개발 작업 중단 검토”

(엔지니어링데일리) 정원기 기자 = 서울 강동구의 한 도로에서 4차선이 함몰되는 대형 싱크홀이 발생해 땅꺼짐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하철 연장 공사, 노후 상수도관 등 지하 개발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25일 엔지니어링업계 및 소방 당국에 따르면 현재 대명초교 사거리 구간 양방향 등 인근은 싱크홀 사고로 인해 교통 통제 중이다.
A 엔지니어링사 관계자는 “싱크홀 아래는 약 2,000t의 토사와 물이 섞여 고여 있는 상태다”라며 “자세히 파악을 해봐야겠지만 사고 원인으로 상수도관 파열로 인한 수도 누수로 지반이 약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지하 공간의 난개발이 땅꺼짐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일반적으로 지하 공사를 진행할 때 지하수를 빼내는 배수 작업이 이루어진다. 이 과정에서 연약한 토사물이 유입돼 지반이 약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실제 사고 장소 인근에는 현재 지하철 9호선 4단계 연장 공사가 진행 중이다. 둔촌동 중앙보훈병원역에서 강동구 길동, 명일동을 거쳐 강일동 샘터공원역까지 연결하는 프로젝트다.
B 엔지니어링사 관계자는 “사고가 당일 굴 모양으로 땅을 파는 굴진 작업을 진행했고 굴진 면에 물이 흐르는 것이 발견돼 작업이 중지됐다”라며 “이후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C 엔지니어링사 관계자는 “해당 지역이 한강변이고 매립지기 때문에 토질 자체가 좋지 않다”라며 “땅을 깊이 팔수록 보다 안전해지긴 하지만 이번 사업은 연장에 관한 프로젝트여서 기존 심도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공학적 제한이 있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지난해 발생한 연희동 성산로와 언주역 싱크홀 사고도 지하 공간 개발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엔지니어링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실제 지하 매설물 및 주변 공사장 영향, 상수도관 파손이 각각 원인으로 나타났다.
D 엔지니어링사 관계자는 “경인고속도로 지하화나 GTX 등 도심의 지하를 개발하는 공약들이 넘쳐나는 상황이지만 안전에 대한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다”라며 “공구를 쪼개서 발주하기 때문에 경제성을 이유로 TBM 대신 NATM 굴착이 이뤄지는데 도심이나 연약한 암반에서는 적절하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E 엔지니어링사 관계자는 “사고가 발생하면 어느 하나를 집어서 100% 원인으로 가리킬 수는 없다”라면서도 “도로 침하 원인은 지형적 특성, 기상, 지하 매설물, 공사 영향 등 복합접인 요인이 작용하기 때문에 지하 개발은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고 원인을 조사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6일에 사고 현장 인근 주유소에서 땅바닥 갈라짐과 관련된 민원이 접수된 게 있긴 하지만 전조 증상이였는지는 따져봐야 한다”라며 “노후 상수도관 파열과 지반의 특성, 지하철 9호선 연장 공사 및 지하 고속도로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정밀하게 사고 원인을 조사하겠다”라고 말했다.
지하 공간 개발에 대한 재검토 움직임도 감지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고 원인을 아직 단정할 수 없고 현장에서 정확한 사태를 파악 중이기 때문에 관련 대책을 마련 중에 있다”라며 “해당 공구뿐만 아니라 지하철 9호선 4단계 전체 공구,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사업 등을 대상으로 작업 중단 조치와 같은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 중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