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업계, 대책마련 급급
(엔지니어링데일리) 정장희 기자 = 하도급양성화, 업무중첩도 등 각종 규제를 담은 건설기술진흥법이 23일 고시되면서 전격시행에 들어갔다. 업계는 공청회 및 사장단 회의를 통해 수차례 전달된 의견이 개정안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국토부를 맹비난하고 나섰다.
◆업계의견 수렴은 국토부 시나리오에 없어= 22일 건진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발표한 국토부는 다음날인 23일 30여건의 고시를 게시했다. 문제는 하도급양성화와 설계 중복도 평가 시 분야별참여기술가 포함, 종합평가제도 등 주요 이슈였던 조항들의 변화가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주요 안건이 발의되던 당시부터 강력 반대하던 업계는 허탈한 상황을 맞이하게 된 것.
J 엔지니어링 관계자는 “건진법과 관련해 수없이 의견수렴을 했고 그 때마다 반대의견을 개진했다”면서 특히 지난달 공청회와 최근 사장단 회의를 통해 국토부에 의견을 전했고, 중첩도 항목과 하도급 분야 등 주요 안건에 대해 일정부분 타협점을 이끌어 냈지만 결과는 국토부 생각대로 됐다“고 지적했다.
업계는 사장단을 주축으로 수습안을 마련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법령이 규제개혁심사까지 받아 고시된 시점에 대응방안을 찾는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게 업계의 반응이다.
엔지니어링 관계자는 “독소조항에 대해서는 관련협회와 업계가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했어야 했다”면서 “상황이 끝난 마당에 대책회의가 무슨 소용있나”라고 꼬집었다.
◆탈법‧편법 난무, 채산성 악화 불 보듯= 건진법 개정안이 확정되면서 업계는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 대안은 없는 실정이다.
우선 하도급양성화의 경우 하도급 시행시 계약 승인신청서를 제출하기 전에 건설기술도급 금액을 전문분야별로 세분화한 내역서를 발주청에 제출해야하고 15일 이내에서 기성을 현금으로 지급해야 하는데 현 시스템에서는 불가능하다는게 업계의 의견이다. 여기에 하도급률이 82%로 설정되면서 페이퍼컴퍼니 및 파견직 등 탈법, 편법이 예상된다.
C엔지니어링 관계자는 “82%으로 하도급을 고정시킬 경우 정상적인 방법으로 하도급을 주는 원도급자는 없을 것”이라며 “결국 하도급의 실종으로 원도급 엔지니어는 노동강도가 높아지고, 하도급사는 일거리가 실종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하도급에 대한 데이터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무작정 시행하는 것은 무리수가 따른다. 이 제도는 특성상 상당기간 유예기간을 뒀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논란이 됐던 설계업무중복도 참여기술자 포함 여부도 국토부가 제시했던 그대로 고시되면서 업계의 공분을 사고 있다. 업계는 참여기술자까지 중복도를 평가한다면 엔지니어링사의 인원을 크게 늘려야 해 채산성이 맞지 않고, 능력있는 엔지니어를 배제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 이라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토부와 협의시 참여기술자는 중복도에 불포함시키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됐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면서 “하도급양성화와 중첩도로 채산성을 깎아버리고, 종합평가에서는 인당 1억3,000만원의 생산성을 내라고 하는 국토부의 정책은 모순의 극치”라고 했다. 그는 또 “국토부가 엔지니어링업계를 엄청난 규제로 다잡는 이유가 국토부 퇴직자들의 자리를 만들기 위함”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