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적 공청회-의견수렴 "요식행위 끝난 뒤 국토부 생각대로"
(엔지니어링데일리) 정장희 기자 = 엔지니어링업계가 건설기술진흥법 내 하도급양성화를 놓고 “국토부가 일방행정을 펼치고 있다”며 대거 반발하고 있다. 이와함께 건진법 의견수렴 창구인 한국건설설계협회, 한국건설감리협회에 대해서도 “협회통합에만 매달리고 정작 업계 최대 이슈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의견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17일 엔지니어링업계에 따르면 11일 행정예고된 ‘건설기술용역 하도급 관리지침 제정안’에 대해 과도한 이중규제라고 비판하고 나선 한편, 설계-감리협회를 통해 이달 25일까지 의견수렴을 요청한 것 또한 ‘받아들여지지 않을 요식행위’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내보였다.
업계가 국토부의 의견수렴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지난해 개최된 하도급양성화 공청회와 이번에 행정고시된 내용이 거의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하도급율이 82% 미만일 경우 하도급적정성 평가, 15일내에 하수급인에게 대금지급, 5일내 통보 등 주요 이슈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다는 것.
A엔지니어링 관계자는 “3시간 동안 계획된 지난해 공청회에도 2시간은 발제 및 설명으로 채우고 의견수렴은 계획된 주요인사에게 지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순수한 플로어 토론은 3명에 불과했다”면서 “행정고시 이후 국토부측에 의견수렴이 되지 않았다고 부당함을 말했지만 되돌아오는 답은 ‘업계 의견을 전반적으로 들었다’ 정도였다”고 했다.
업계는 하도급양성화가 하도급거래공정화에 관한 법률과 건설기술진흥법에서 동시 규정하고 있어 이중규제라는 입장이다. 즉 하도급법에서 원도급업자의 8가지 의무사항과 11가지 금지사항을 정해 놓고 관리하고 있는데, 건진법에서도 원사업자의 의무사항을 중복해 정해 놓고 있다는 것이다.
7조 하도급 계획서 및 산출내역서 조항에서도 계획서 작성과 적정성검토를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한데, 프로젝트 수행초기에 이뤄져야할 측량과 조사가 늦어질 경우 국가사업 자체가 지연될 공산이 크다. 15일내에 대금을 지급하고 5일내 통보하는 15조 하도급 대금지급 또한 수급자, 하수급자의 발주청 업무과다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특히 하도급률을 82%로 강제규정하는 7조의 경우 업계 현실과 동떨어져 있어, 이면계약, 파견직 양산 등 탈법행위를 양산하게 된다는게 업계의 의견이다.
B엔지니어링 관계자는 “민간기업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에 대해 국가가 법을 만들어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시장경제원리에 맞지 않는 규제행정”이라며 “하도급자를 보호한다는 하도급양성화의 취지가 자칫 하도급물량 감소, 위법행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정책입안자가 탁상을 떠나 현장에서 알아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건진법의 주요 의견수렴 창구인 설계협회와 감리협회에 대해 엔지니어링업계가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하도급양성화를 비롯해 설계감리 중첩도, 엔지니어링종합평가제 등 업계에 직격탄을 날릴 수 있는 제도가 양산되는데, 주무협회인 양협회는 협회통합에만 신경쓰고 있다는 것.
감리협회 한 임원은 “제도가 시행되면 회원사는 당장 문 닫을 판인데, 감리협회 회의에서는 통합협회 정관이나 만들고 있으니 개탄스럽다”면서 “당초 엔지니어링기술자 통합경력관리를 위해 기술인협회 소속 회원을 통합협회로 편입시켜려다가 힘대결에서 밀려 결국 감리협회가 관리하는 3만명 조차 기술인협회에 빼앗길 위험에 처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감리협회 사무국 입장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다보니, 정작 회원사가 요구하는 현안은 뒷전이 된 셈”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