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흥법이 아니라 규제법, "규제 너무 많은 건진법 대응조차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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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흥법이 아니라 규제법, "규제 너무 많은 건진법 대응조차 어려워"
  • 정장희 기자
  • 승인 2014.03.28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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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급양성화, 중첩도, 발주제변경, 종합평가 '엔지니어링업계 옥좨'
탁상 경제민주화에 묵살된 업계의견, 건진법 일방통행 계속되나

(엔지니어링데일리) 정장희 기자=두 달 뒤 시행될 건설기술진흥법이 과다한 규제를 양산하고 있어 엔지니어링업계가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하도급양성화, 중첩도, 발주제 개선, 종합능력평가 등 국토부가 건진법 이후 야심차게 내놓은 개혁안은 그러나 업계의견이 묵살된 탁상행정으로 인해 건설기술규제법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이 같은 국토부의 규제행정은 최근 박근혜 정부가 내놓은 규제개혁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하도급 양성화, 원도급-하도급-엔지니어 모두 결사반대 = 업계는 건진법 내 최고의 규제사례로 하도급양성화를 꼽고 있다. 하도급률 82% 이하에 대해 하도급계약 적정성 검토를 실시하고, 15일 내에 대금지급을 완료할 것을 골자로 하는 하도급법은 그러나 원도급-하도급-엔지니어 등 주체세력 모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원도급측 반대 이유는 행정력 낭비, 채산성 악화다. 대부분의 엔지니어링사가 70% 이하로 외주를 실시하는데, 정부가 개입해 요율을 갑자기 82%로 높이면 채산성을 맞출 수 없다는 것. 원도급측 관계자는 "엔지니어링사 영업이익이 5% 이하인 상황에, 하도급 요율을 높이면 원도급사는 폐업하란 소리"라며 "당장 직원 월급주기도 빠듯한 상황에서 외주비용을 15일내에 정산하란 것도 어불성설이고, 막대한 행정력 낭비가 예상된다"고 했다. 원도급측은 하도급률을 82%에서 70%로 설정하고, 하도급 적정성검토 대상도 5,000만원 이상으로 상향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도급자도 하도급양성화를 반기지 않고 있다. 비용부담을 우려한 원도급이 하도급을 최대한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하도급업체 관계자는 "하도급이 양성화된다고 해도 원도급사에서 이면계약이나 근로자파견 등 편법을 요구할 것"이라며 "국토부의 명분은 좋지만 현실은 반영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고 지적했다.

하도급양성화는 엔지니어링 노동환경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즉 원도급에서 외주를 제한하면 엔지니어가 현재 수행하는 컨설팅 업무외에 단순업무까지 모두 떠안아야 한다. 특히 외주비 상승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원도급 엔지니어라도 저임금 고강도 업무에 노출된다.

원도급사가 하도급계약을 꺼릴 경우 하도급사는 인력파견 형태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하도급 엔지니어는 "하도급양성화는 엔지니어링사를 인력소개소로, 엔지니어를 일용잡부로 전락시키는 법"이라며 "공정위 하도급법이 있는데, 굳이 발주처인 국토부가 하도급 규정을 다시 만드는 것은 이중규제"라고 했다.

▋업무중첩도, 종합평가 과도한 규제 성토 잇달아 = 지난달 국토부가 감리협회에 의견을 조회한 '건설사업관리 업무지침 4개 고시안' 가운데 업무중첩도 조항이 업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건설사업관리자 PQ기준 개정안에 담긴 업무중첩도는 기술지원기술자가 타 용역에 중복참여할 수 있는 개수를 설계+감리 합산 10개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이 같은 조치는 최근 남북항대교, 방화대교, 노량진 수몰 등 잇단 감리현장 사고에 대한 국토부의 강경조치로 풀이되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사업대가를 제대로 산정해 주지 않은 상태에서 무턱대고 규정만 강화하는 것은 무리한 행정이라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분기 혹은 반기에 1~2번 수행하는 감리지원과 설계업무를 묶어 10건으로 제한하는 것은 과도한 행정"이라며 "국토부 의견대로 될 경우 인력을 대거 충원해야 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업무중첩도에 대해 한국건설감리협회는 설계를 제외한 건설사업관리 즉 감리만 10건으로 한정하자는 의견을 국토부에 제출하는 등 진화에 나서고 있다.

발주처의 권한을 지나치게 강화하는 종합평가제도 또한 업계는 규제로 꼽았다. 업계는 종합평가제를 시행할 경우 품질향상에 어느 정도 기여할 것으로 보이지만, 우수업자를 선정하는 등 PQ평가시 별도의 가점을 부여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편법과 부조리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대형사측에서는 최근 3년간 연평균 실적평가액으로 도급하한을 적용하는 방식은 기술력 하락을 불러올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성적인 항목과 부조리는 같이 성장하는 경향이 크다"며 "종합평가점수를 획득하는 것 자체가 규제행정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잦은 발주방식 변경…최고의 규제항목 = 업계는 국토부가 최근 내놓은 발주방식 개선 또한 개악으로 흐를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개선안은 기술+가격 동시입찰, QBS-QCBS, Long-list 도입, SOQ, TP 난이도 기준제시 등으로 요약된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가격 동시입찰시 입찰절차가 복잡해지고 이의신청이 폭주한다. 특히 QBS평가 과정에서 특정업체를 밀어주거나 탈락시킬 수 있는 소지가 너무 크다"면서 "입찰절차를 간소화한다는 Long-list 또한 진입장벽을 높이는 역할만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발주방식 변경은 결국 발주처의 입김만을 강화시키는 결과만 낳을 것"이라고 했다.

업계는 엔지니어링산업을 진흥시킨다는 명분으로 관리법을 진흥법으로 바꾼 건진법이 규제만 양산하는 건규법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성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건진법으로 인한 규제사항이 너무 많아 제대로 대응도 못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규제개혁을 외치고 있지만 엔지니어링업계만 사각지대에 있다"면서 "개별법이라는게 신설되거나 강화될 때마다 규제는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엔지니어링업계는 지금도 수십개의 법령이 혼재한 누더기 상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엔지니어링산업의 중심축이 되는 모법(母法)을 재정립함과 동시에 개별법의 난립을 막는게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규제개선 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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