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로지원법 적용 지역별 들쭉날쭉, 중기업 분사-축소 고려
(엔지니어링데일리) 정장희 기자=강원도 소재 Y엔지니어링 N대표는 최근 판로지원법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 Y엔지니어링은 80명의 엔지니어를 보유한 중기업으로 50미만의 소기업만 참여할 수 있는 1억원 미만의 사업에는 입찰서류조차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강원도청은 판로지원법을 적용하지 않고 있지만 시군단위에서는 거의 대부분 판로지원법에 의거해 발주를 내고 있다. 강원도내 입찰의 80%가 1억원 미만인 점을 고려할 때 Y엔지니어링의 매출의 30~40%는 포기해야 되는 상황이다.
N대표가 1억원 미만의 사업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Y엔지니어링을 반으로 나누거나 30명가량을 정리해고하는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정리해고든 분사든 50명 이하로 인원이 줄어들 경우 PQ사업에 참여하기 위한 갖가지 등록요건을 갖추지 못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N대표 입장에서는 중소기업을 보호한다는 판로지원법이 중소기업을 탄압하는 법으로 다가오고 있다.
▼판로지원법 적용 들쭉날쭉 혼란에 빠진 엔지니어링
중소기업의 판로를 지원한다는 취지로 지난해 5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 즉 판로지원법으로 인해 엔지니어링업계가 혼란에 빠졌다.
판로지원법은 2.3억원 미만은 대기업, 1억원 미만은 중기업의 참여를 원천봉쇄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엔지니어링업계에서는 판로지원법이 엔지니어링의 가치와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법안이라며, 사업규모는 작지만 기술력이 필요한 고부가가치 영역이 산재해 있기 때문에 엔지니어링분야는 판로지원법에서 예외로 할 것을 주장했다.
그 결과 중소기업청은 국토부와 산업부와 협의해 기본구상, 타당성조사, 기본계획, 기본설계 영역은 예외대상으로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업계의 반발은 여전했고, 중기청은 지난해 7월 고난이도 기술이 필요하거나 높은 수준의 안전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로서 기획, 타당성조사, 설계, 감리, 시험운전, 안전성검토, 유지 또는 보수를 포함한 사업을 우선조달 예외사항에 포함시켰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고난이도 기술이 필요하거나 높은 수준의 안전이 필요한"이라는 조항 을 근거로 1억원이든 2.3억원이든 발주처가 자의적으로 해석해 발주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인지 지역별로 판로지원법을 적용이 들쭉날쭉한 상황이다. 경상북도는 대부분이 판로지원법을 적용해 발주하고 있었고, 충청남도의 경우 도청은 강력한 시행을 하는 반면 시군은 절반가량만 적용해 발주하고 있다. 강원도는 도청은 시행을 하지 않고, 시군단위에서는 시행을 하고 있다. 전라남도는 판로지원법을 적용하지 않았고, 경기도는 간헐적으로 발주되고 있었다.
경북의 M엔지니어링사 관계자는 "고난이도 기술이 필요한지 여부는 전적으로 발주담당자 판단으로, 그들은 엔지니어링사업을 용역수준으로 보고 있어 전혀 고난이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여기에 중소기업청이 발주처별로 판로지원법 시행 공문을 정기적으로 보내고 있고, 소기업의 입김도 작용했다"고 했다.
▼판로지원법 확대, 엔지니어링 경쟁력 악화시킬 것
판로지원법을 적용해 발주되는 사업은 아직까지 상세설계와 각종 영향평가에 한정돼 있다. 하지만 F/S 및 기본계획까지도 확대될 조짐도 엿보인다. 충남도청 새마을회계과 관계자는 "충남도는 판로지원법을 적극시행하고 있고, 엔지니어링사업 전반에 걸쳐 향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에 업계 관계자는 "50인 미만의 소기업만이 큰틀에서 프로젝트를 조망하는 타당성검토와 기본계획을 담당할 경우 국가 SOC사업의 부실을 야기할 공산이 크다"고 했다.
판로지원법의 확대는 중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전망이다. 1억미만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회사를 분할하거나 축소시킬 경우 PQ 등 대형사업에 참여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1억미만에 사업을 참여하지 않는다면 취약분야에 대한 실적 쌓기가 사실상 원천봉쇄 된다. 이 같은 고민은 2.3억원 미만의 사업에 참여하지 못하는 대기업도 마찬가지라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를 분할할 경우 각종 면허를 대거 반납해야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판로지원법 시행이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봉착했다"면서 "중기청은 중기업을 대기업으로 성장시키기는 커녕 소기업으로 전락시키려고 한다. 이는 탁상행정을 넘어 '아마도 좋아지겠지'라고 생각하는 상상(想像)행정의 표본"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또 "뒤죽박죽 적용되는 판로지원법에 대해 중앙정부가 교통정리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