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고용 확대 불가피, 형평성 문제”
(엔지니어링데일리) 정원기 기자 = 신규고용율 산정 방식이 설립 1년 미만 기업에도 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개정되면서 기존 기업들에게 사실상 불이익으로 적용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엔지니어링업계에 따르면 최근 건설엔지니어링사업자 사업수행능력 세부평가기준이 변경됐다. 핵심은 설립 1년 미만 사업자도 건설기술인을 신규 채용하면 가점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A엔지니어링사 관계자는 “대형사, 소형사 구분 없이 영업이익이 곤두박질쳤다”라며 “경영에 대한 위기감이 커져 청년고용가점제 손질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어느 때보다 크다”라고 말했다.
▲청년가점제 부작용에 몸살
청년가점은 청년 엔지니어 유입을 위해 시행하고 있는 제도다. 총 직원의 3%를 청년 엔지니어로 고용할 경우 PQ 가점을 부여한다.
구체적으로 3% 이상 고용할 경우에 0.3점의 가점을 받을 수 있다. 고정비 증가 등 폐해가 있지만 0.1점의 차이로 PQ 당락이 결정되는 만큼 대부분이 조건을 충족하고 있다.
B엔지니어링사 관계자는 “부서에서 요청하는 인력보다 더 채용하는 상황이다”라며 “회사 사정이 아니라 수주를 위해 채용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만점을 받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점이다. 기존 신규고용율은 입찰 공고일 전월을 기준으로 최근 1년간 신규 건설기술인 고용 여부와, 이를 직전년도 동기간 평균 고용인원과 비교한 비율에 따라 가점을 부여했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산정방식을 최근 1년간 월평균 고용인원으로 기준을 통일했다. 전년 대비 증감이 아닌 최근 1년간의 고용 규모 자체를 평가 기준으로 삼은 것이다.
청년고용가점제 도입을 기점으로 젊은 엔지니어가 업계에 대거 들어왔다.
실제 2014년과 2015년 20대 엔지니어의 수는 8,000명대에 머물렀지만 청년가점제가 도입된 2016년부터 반등해 지난해에는 9,000명대로 늘었다.
다만 신규 채용이 회사 사정이 아니라 수주를 위해 이뤄지고 있어 경영상황은 뒷걸음질 치고 있다. 수천억원 매출에도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원인으로 인건비 등이 지적되는 상황이다.
▲“채용 압박 현실화, 신규 고용 불가피”
실제 서울에 본사를 두고 있는 한 엔지니어링사의 경우 당장 올 하반기부터 청년가점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위기에 놓였다.
최근 1년간 월평균 고용인원으로 기준이 통일되면서 기준이 되는 고용인원이 100명 넘게 늘어났다.
C엔지니어링사 관계자는 “청년 고용을 독려하는 제도 취지는 이해한다”라면서도 “기
업의 지속 고용도 긍정적으로 평가돼야 하는데 업황은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사람 수를 채워야 하는 점은 보완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장 하반기부터 신규고용율이 2%대로 떨어지게 된다”라며 “기준을 삼는 임직원 수가 100명 이상 증가해 3% 비율을 맞추려면 추가 신규 고용이 불가피하다”라고 덧붙였다.
취재 결과, 주요 엔지니어링사의 경우 3% 신규고용율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인력 규모를 산정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엔지니어링업계는 인건비 부담을 호소한다. 신규인력 수급의 어려움이 커지면서 신입 사원 위주로 임금이 크게 올라서다. 청년가점이 단리가 아닌 복리로 적용되기 때문에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형평성 문제를 지적한다. 일정 인력을 지속적으로 고용해 온 중·대형사와 규모가 작은 신규 기업과 동일 선상에 두고 비교하는 게 맞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기존 업체 입장에선 또 하나의 규제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형평성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논란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D엔지니어링사 관계자는 “쉽게 말해 100명 규모의 기업은 3명만 신규 채용하면 만점이지만 1,000명일 경우에는 30명을 채용해야 만점이다”라며 “늘어난 인건비 및 고정비만큼 수주액이 증가하면 괜찮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게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우후죽순 늘어나는 신규 업체
일각에서는 신생 업체 설립을 부추긴다고 지적한다. 신규 업체도 청년가점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허들이 낮아져서다.
E엔지니어링사 관계자는 “설립 초기 기업에도 동일한 가점 기회를 부여하게 되면서 신생 법인 설립을 자극하고 있다”라며 “지역의무 공동도급 제도로 이미 대형사에서도 신규 법인을 만들었는데 청년가점과 맞물리면서 앞으로 이러한 흐름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본다”라고 전망했다.
주요 엔지니어링사의 경우 수주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자회사 및 지역사를 설립하는 전략을 채택하는 추세다. 지난해 신고된 엔지니어링사업자는 8,754개사로 집계됐다. 10년 전인 2015년(5,559개사)과 비교하면 약 57.4% 증가한 수치다.
이 중 엔지니어링분야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건설엔지니어링사업자의 경우 지난해 4,463개사로 조사됐다. 전년 대비로는 5.7%, 최근 10년간 기준으로는 39.6% 늘어났다.
지난해 건화와 동명기술공단은 각각 새론이앤씨와 디엠이엔씨를 설립했다.
새론이앤씨의 본사는 경북 경산에 위치했고 디엠이엔씨는 강원도 춘천에 본사를 두고 있다. 동명기술공단은 충북지역 엔지니어링 시장 공략을 위해 자회사 대원엔지니어링도 운영하고 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강원지역의 증가가 두드러진다. 10년 사이 131개에서 232개로 77.0% 급증했다. KG엔지니어링은 강원 춘천에 본사를 둔 GK엔지니어링을 설립했고 유신도 강원 원주에 본사를 둔 일신이앤씨를 운영 중이다. 강원도의 경우 지역사 2개를 공동도급사로 선정하고 있다.
F엔지니어링사 관계자는 “청년가점이나 지역공동도급이 취지와 다르게 신규 업체 설립을 유도하는 제도로 전락하고 있다”라며 “경쟁만 심화시키는 가점 중심 제도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