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로비 잘하는 부실업체가 왕”
(엔지니어링데일리)조항일 기자=정부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지방계약제도의 대대적 수선에 나선 가운데 엔지니어링분야의 PQ기준을 사실상 로비 잘하는 지역업체에게 유리하도록 조정가능한 개정안이 담기면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8일 엔지니어링업계에 따르면 최근 행정안전부는 지자체 및 건설·엔지니어링 관련협회, 민간기업 전문가들로 구성된 지방계약 제도발전 민관합동 TF를 가동하면서 이러한 내용을 의논했다. 엔지니어링 분야에서는 ▲지역제한 대상금액 확대 ▲공사설계 변경시 설계자 감점 기준 확대 ▲지자체 PQ환산시 자율권 부여 ▲종합평가낙찰제(종평제) 도입 등이 주요 논의 대상이다.
현재 가장 논란이 일고 있는 안건은 지자체에 PQ환산시 자율권을 부여하는 항목이다. 현행 PQ제도는 건진법, 엔산법 등에 근거해 PQ점수를 환산하고 있다. 하지만 PQ가 입찰참가자격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점수 환산에 따라 낙찰자 결정에서 절대적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게 행안부의 지적이다.
행안부에 따르면 지자체 397건을 조사한 결과 PQ통과자가 3개 이내인 경우 1위 업체가 수주한 비율은 86.1%(342건)에 달한다. 소규모사업 역시 기술개발실적, 투자실적, 활용실적 등 대기업에 유리한 평가항목이 환산적용 되고 있어 중소기업의 수주 기회가 매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행안부는 지자체가 발주규모와 사업의 특성을 감안해 환산적용할 PQ항목을 선택하고 배점을 조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자는 입장이다.
엔지니어링업계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A사 관계자는 “우리업계의 PQ는 시공사의 pass/fail 개념이 아니다”라며 “엔지니어링PQ는 단순 입찰참가자격 이외에 기술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확보한 기술자, 실적 등을 따져 종합적인 역량을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자체(발주처)의 재량에 맞게 조정권을 부여한다면 부실업체라 하더라도 로비만 잘하면 그 회사에 맞게 기준을 조정할 것은 안봐도 뻔하다”며 “설계품질이 떨어져 안전문제가 발생하면 어떻게 감당할 생각인가”라고 강조했다.
제도적으로 이미 지자체의 자율권이 보장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B사 관계자는 “현재 평가항목은 절대평가와 상대평가가 5대 5로 동등하게 구성돼 있어 발주처의 주관적 평가가 충분히 가능하다”며 “개발실적도 이미 최소기준으로만 운영중인데 중소업체 참여가 어렵다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엔지니어링제도의 무게추가 지나치게 지역업체로 기울어 있는 현실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C사 관계자는 “이미 건진법상에 PQ평가시 발주청이 사업 특성에 맞게 평가항목을 ±20% 내외에서 조정할 수 있도록 명시돼 있고 대기업 위주의 평가항목이 하향평준화 된지 오래됐다”며 “계속되는 기준 하향으로 현재는 지역업체의 위상이 예전과 다르다”고 하소연했다. 실제 강원도의 경우 10억원이상 사업시 지역의무도급을 2개사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등 지역업체에 대한 편중이 점차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밖에도 업계는 설계부실에 따른 기술자 감점 기준 확대와 종평제 도입 등에 대해서도 도입을 꺼려하고 있다. A사 관계자는 “이미 PQ에서 벌점항목 배점이 있는데 적격심사에서 또 감점처리를 하겠다는 건 엄연한 이중처분”이라며 “실적이 많은 회사일수록 불리한게 합산벌점인데 벌점이 없는, 다시말해 검증되지 않은 업체에게 낙찰이 되는 기현상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종평제 도입과 관련해서는 “종심제 입찰을 위한 인력과 비용이 상당해 축소해야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고 제도 취지가 무색하게 여전히 저가투찰이 계속되고 있지 않나”라며 반대 의견을 내비쳤다.
한편 행안부는 지난 7일 건설기술사업의 지역제한 입찰금액을 2억1,000만원→3억3,000만원으로 상향하는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