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 “업계 자업자득 결과”
(엔지니어링데일리)조항일 기자=종합심사낙찰제 평가위원 확대를 두고 국토부와 업계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수주를 위해 과도한 영업전을 해온 엔지니어링업계의 자업자득 결과라며 자성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일 엔지니어링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건설엔지니어링 종심제 공정성 확보방안을 위해 건설기술연구원과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종심제 평가위원 풀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에 따르면 현행 200명 규모의 평가가위원을 발주청 전체를 통합해 500명까지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국토부가 외부위원 확대를 위한 포석을 쌓는게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현행 기준으로는 평가위 구성시 내부위원의 비율은 70~90%로 하고 있지만 발주청의 판단에 따라 비율 조정이 가능하다. 외부위원의 비율이 최대 30%까지 가능해질 수 있다는 해석이다.
A대형 엔지니어링사 관계자는 “업계에서 내부위원 확대를 줄기차게 요구하는 이유는 전문성을 근거로 하는 것”이라며 “프로젝트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외부위원, 특히 교수들로 구성된 위원이 늘어날 경우 성과물 전반에 대한 품질저하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미 한차례 평가위원 확대로 책임기술인급에서 당해 프로젝트에 몰두하기보다 향후 나올 발주를 위해 평가위원이 될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을 찾아 관계를 맺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며 “외부위원이 자꾸 늘어나게 되면 이러한 악순환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B대형 엔지니어링사 관계자도 “발주청을 통틀어 500명의 평가위원을 구성할 수 있는지 자체도 의문”이라며 “요즘에는 발주기관 평가, 가령 청렴도와 같은 부분이 핵심요소로 작용하다 보니 발주기관 공무원들이 책임은 회피하고 외부위원 확대라는 카드를 꺼내 오히려 시장을 분탕질 치고 있는게 아닌가라는 생각까지 든다”고 설명했다.
이어 “업계의 저명한 교수들이 참여해 평가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최근 실태는 전혀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며 “전문성과 거리가 먼 교수들이 대부분이고 특히 자신의 실적을 위해 평가위원으로 신청하는 교수들이 늘면서 외부위원 자질에 대한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업계의 우려에 대해 해석의 오류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평가위원 풀을 늘린다고 해서 그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교수를 늘리겠다는 것이 아니다”라며 “발주청마다 가지고 있는 평가위원의 풀을 통합한 이후에 해당분야의 종심제 사업에 대해 전문성을 갖춘 평가위원으로 구성하겠다는 것이 취지”라고 선을 그었다.
또 “외부위원을 30%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은 전혀 없다. 다만 종심제 사업이 많이 나오고 있다보니 일부 발주청에서 내부위원 확보를 제대로 못해 교수와 같은 외부위원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곳은 있을 수 있다”며 “국토부 산하 발주청 종심제 평가위원 가운데 공무원, 발주청 직원 등을 대상으로 우선적으로 500명을 맞추고 부족할 경우에 한해서 교수를 선임할 수는 있다”고 밝혔다.
평가위원 풀 확대의 취지도 명확히 했다. 이 관계자는 “전관으로 나가있는 OB들이 많은 상황에서 평가위원 풀이 넉넉치 못한 경우에는 평가를 들어갔던 사람이 여러번 들어가게 되고 위원회의 영향이 커질 수 밖에 없다”며 “평가위원을 늘리는 것이 영업을 완전히 근절시키는 것은 어렵겠지만 리스크 확률은 줄일 수 있지 않나라는 것이 현재 논의의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업계에 팽배해 왔던 영업 문화가 독이 돼 돌아온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특히 글로벌스탠다드 기준을 차용하기 위한 종심제였지만 내부적으로는 그 어떤 발주사업보다 로비가 심해졌다는 주장도 있다.
한 엔지니어링사 관계자는 “그동안 업계는 여러차례 영업 없는 정당한 경쟁을 통한 수주를 다짐해왔지만 결국 약속을 지키는 회사만 바보가 되오지 않았나”라며 “공정성 문제를 거론하면서 반대하고 있지만 결국에는 영업의 대상이 늘어나는 것이 반갑지 않은 것이 업계의 속내”라고 귀띔했다.
이어 “외부위원 확대를 가지고 문제를 삼을게 아니라 공무원이 됐던, 업계가 됐던 부정에 대한 엄벌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