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비 삭감에 보이콧 움직임

(엔지니어링데일리) 정원기 기자=가덕도 신공항 부지 조성 공사 사업이 두 차례나 유찰되면서 입찰 조건이 완화됐다. 다만 참여할 만한 설계사가 마땅치 않아 경쟁 구도가 형성될 수 있을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19일 엔지니어링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오는 31일 가덕도 신공항 부지 조성 공사에 대한 사실상 3차 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공동도급 범위는 기존 2개사에서 3개사로 늘어났다.
입찰 조건이 변경됐지만 경쟁 구도가 형성될지는 미지수다. 참여 의사를 밝힌 시공사가 한정적이고 설계를 담당할 엔지니어링사가 마땅히 없어서다.
국내 엔지니어링사 중 공항 설계가 가능한 곳은 손에 꼽는다. 공항 설계 1~2위로 평가받는 유신과 한국종합기술은 낮은 설계비와 촉박한 설계기간 등을 이유로 사업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고 도화와 수성도 같은 이유로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공항 사업에 참여했던 A사 관계자는 “지금 가덕도 신공항 부지 조성 공사에 참여하려는 엔지니어링사를 보면 공항 쪽으로는 거의 서브사다”라며 “경험이 부족한 가운데 역대급 공항 건설사업에 참여하는 게 부담스러울 수 있다”라고 말했다.
주요 엔지니어링사를 제외하면 공항 프로젝트 메인사로 참여한 경험이 있는 곳은 없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지난달 24일 진행된 2차 입찰은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단독 응찰해 유찰됐다. 엔지니어링사에는 이산과 동부엔지니어링 등이 이름을 올렸는데 현대 컨소시엄이 설계사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후문이다.
B사 관계자는 “시공사 입장에서도 난감할 것”이라며 “경쟁 구도 기조로 입찰을 밀어붙이는 데 공항 설계를 맡길 곳은 없는 상황이어서 컨소시엄을 구성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산이나 동부도 간신히 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해안가에서 진행되는 고난도 공사의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실적을 이유로 참여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국토부는 경쟁입찰 원칙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관련 업계 및 전문가를 만나 입찰 공고에 대한 견해와 사업 리스크를 점검한 배경이다.
엔지니어링사가 관심을 보이지 않는 이유는 낮은 설계비와 촉박한 기간이다. 가덕도 신공항 부지 조성 공사는 총 사업비 13조5,000억원에 달하는 만큼 국내 최대의 토목 사업이라고 불린다.
다만 설계비는 당초 산정된 기본계획 설계비에 비해 반토막 났다. 기본계획 수립 당시 설계비는 1,781억원으로 나타났지만 국토부는 964억원 적은 817억원으로 책정했다.
적정 설계비가 반영되기 전까지는 보이콧 움직임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C사 관계자는 “가덕도 신공항은 해안가 연약지반에 지어져 지반이 불균등하게 내려앉는 부등침하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대심도 매립공사에 적용되는 신공법 적용이 불가피한데 삭감된 설계비로는 사업을 수행할 수 없다”고 말했다.
D사 관계자는 “언제 엔지니어링사가 제값 받으면서 일했느냐”며 “설계비도 설계비지만 문제가 생기면 설계사가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데 적정 설계비도 못 받는 사업에 관심이 있을 리가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