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만 확보되면 회사차리기 수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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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링데일리)조항일 기자=국내 엔지니어링업체수가 10년간 3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시장의 규모가 정체된 상황에서 업체수 증가로 인한 업계의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최근 한국엔지니어링협회가 발간한 2024년도 엔지니어링 통계편람에 따르면 지난해 신고된 엔지니어링사업자는 8,203개사로 집계됐다. 10년전인 2014년(5,161개사)과 비교하면 약 37% 증가한 수치다. 이 중 엔지니어링분야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건설엔지니어링사업자의 경우 지난해 4,221개사로 조사됐다. 전년 대비로는 5%, 최근 10년간 기준으로는 28% 늘어난 것이다.
건설엔지니어링 분야의 소재지별 현황으로는 ▲경기 1,036개사 ▲서울 958개사 ▲경북 359개사 ▲경남 256개사 ▲전남 233개사 ▲강원 223개사 ▲충남 195개사 ▲부산 165개사 ▲전북 160개사 ▲충북 148개사 ▲대구 104개사 ▲대전 100개사 ▲인천 89개사 ▲제주 83개사 ▲광주 46개사 ▲울산 44개사 ▲세종 22개사 등 순으로 많았다. 특히 광주는 최근 10년간 업체수가 63% 증가해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제주와 대구도 각각 55%, 53%의 증가율을 보였다. 반면 전남과 경남, 서울 등은 10%대 증가에 머물렀다. 업체수가 가장 많은 경기도는 10년간 35%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업계는 정부의 지속적인 제도 완화를 가장 큰 원인으로 보고 있다. 특히 구조·토질 분야의 상호 교차실적을 최대 80%까지 인정하는 등 PQ완화가 본격화된 2018년을 기준으로는 ▲광주 46% ▲제주 40% ▲대전 37% ▲대구·강원 32% 등 순으로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인천과 경남은 각각 27%, 21%의 증가세를 보였는데 이들 지역은 최근 10년간 업체 증가율(인천 24%, 경남 14%)을 능가하기도 했다.
A엔지니어링사 관계자는 “PQ완화나 중복도 고정 등이 주효한 원인으로 보인다”면서 “올해도 국토부가 PQ만점 기준을 7건으로 완화하면서 내년에는 더욱 많은 업체가 생겨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형 사업이 있는 지자체를 중심으로 신생업체가 늘어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가 광주지하철 2호선이다. B엔지니어링사 관계자는 “제도 완화의 영향도 있지만 대규모 발주 물량이 있는 지역에서 신생업체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면서 “지난해 광주지하철 2호선 사업으로 감리업체가 상당수 늘어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현재 개정중인 엔지니어링산업진흥법(엔산법) 시행령 개정안도 향후 업체수 증가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산업부가 내놓은 개정안은 자격증 없는 학경력 기술자들의 승급을 특급까지 허용하는 안이다.
일각에서는 현재의 업체증가율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C사 관계자는 “시장의 규모가 정체된 상황에서 업체가 늘어난 것은 영업활동이 수월해졌다는 반증”이라면서 “페이퍼회사나 돈만 빼먹고 빠지는 회사들 때문에 충실하게 들어가야 할 사업비의 원가가 나눠져 부실을 초래하기 쉽다”고 우려했다.
D사 관계자도 “이미 PQ 변별력은 사라졌고 QBS 3점이 당락을 좌우한 지 오래”라며 “영향력 있는 OB만 영입하면 수주가 되니 누구나 회사를 차리려고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